육아일기에서 인생일기로…'기록하는 삶' 실천하는 최경화씨

▲ 기록의 힘

“기록은 삶을 말해줍니다. 30년간 써온 육아일기는 우리 가족의 역사를 말해주는 소중한 보물입니다.”

매일 한두 장씩 써온 일기를 담은 바인더 북이 이제 100권을 넘어섰다. 30년을 365일로 계산하면 1만 950일. 이일기의 주인공은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최경화씨(58). 사진으로, 영상으로 글씨의 기록을 대체할 수단이 늘면서 일기를 쓰는 사람도 찾기 어려운 요즘이지만, 최 씨는 여전히 글과 기록의 힘을 믿는다.

최 씨가 30년간 일기를 쓰게 된 동력은 쌍둥이 남매다. 결혼 5년 만에 시험관 시술로 임신했다. 그는 “모든 부모에게 자식이 소중하지만 나에게 쌍둥이 남매는 더욱 특별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모든 것을 기록하고 보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육아일기는 색다르다. 병원 접수증, 아이들 낙서, 발 도장, 반찬 먹기 수첩 등 다양한 자료들이 함께 있다. 학교에 가면서 친한 친구, 싸운 친구, 선생님 말씀, 상장 등 아이들의 모든 것이 차곡차곡 쌓였다. 딸은 대학생이 됐고, 아들은 최근 전역했다. 최 씨는 “군 생활 중 주고받은 편지와 아들을 군대에 보낸 소감을 별도로 적어 바인더 북 13권을 기록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 씨의 육아일기는 지난 2010년 10월에 열린 경기도청 주관 ‘끼네스 대회’에 ‘20년 양육일기’가 등재되면서 이미 언론 보도 등 유명세를 탔다. 그는 “언론 보도 이후 평생 일기를 써야 한다는 사명감도 생겨났다”며 “육아일기 100권과 함께 맛있는 음식 레시피를 모은 자료집 76권, 가족 여행기록이 10권, 취미생활 자료집도 10권이 기록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기록에 대한 집념과 함께 남편 이강석씨(61)의 도움도 있었다. 남편은 아이들을 위해 ‘쌍둥이 일기장’을 설계했다. 아이들이 성장하자 가족일기로 전환했다. 이후 인생일기가 되어 힘든 일, 기쁜 일, 즐거운 이야기가 쌓였다. 경기도청에서 42년간 근무하고 퇴직한 이 씨는 공무원 발령장 40장을 꼬박꼬박 모아 관리하다가 지난해에 도청 박물관에 기증했다.

여러 부모의 육아경험을 담아낸 <아기냄새>(도서출판 푸른돛)에 부부의 육아 이야기도 실렸다. 또 젊은 부부들을 위해 홈페이지 ‘엄마엄마9109’를 개설해 쌍둥이 자녀가 1~5세일 때 작성한 일기와 육아 팁을 곁들여 참고 할 수 있게 했다. 최씨는 “육아일기가 확대해 나가는 동안 나 자신의 인생을 기록하는 역사가 됐다”며 “앞으론 아이들이 결혼해서 손자 손녀를 낳으면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일기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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