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에 맞서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일본의 부당한 처사에 이성적이고 성숙된 모습으로 움직이는 우리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 죠지 산타아나(1863-1952)는 그의 저서 ‘이성의 생활’에서 “역사를 배우지 않는 이들은 그 역사를 반복할 운명에 놓이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E.H.카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 했다. 우리는 역사에서‘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항상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배우게 된다. ‘새로운 것’은 ‘오래된 것’에서 생겨나며‘오래된 것’은 ‘새로운 것’에서 의미가 충만해진다. 지혜롭고 성숙한 사람은 자신을 성찰하며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는 일제의 침략으로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다. 임진왜란과 한일합방 이후 겪은 우리 민족의 고통은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정신대 할머니들의 고통, 강제 징용자들의 피해, 독립 운동에 목숨을 바친 유공자들과 그 후손들에게 행해진 억압과 폭력에 대한 일본의 반성은 없다.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며, 정당한 피해 보상에 대한 요구를 무시한 채 비상식적인 경제보복으로 맞서고 있다.
가톨릭 교회는 지난 2000년에 그리스도의 탄생 2000년을 맞아 큰 기쁨을 의미하는 ‘대희년’을 지낸 적이 있다. 먼저 교회는 2000년 대희년 3월 12일을 ‘용서의 날’로 정하고 지난 역사에서 ‘교회의 아들딸들이 행한 죄’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미사를 봉헌하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교회가 인류에게 저지른 과오를 ‘기억과 화해 : 교회의 과거 범죄’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참회의 미사를 봉헌했다.
교회는 삼천년기를 준비하면서 참회를 통하여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고자 했다. 그리고 그러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부족하지만 쇄신과 변화의 몸살을 지금도 앓고 있다. 우리의 신앙은 고백한다. 과거의 죄악과 잘못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정직하고 용기있는 행동이다. 우리는 그 과정을 통해서 어둠에서 빛으로 더 희망적인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아베 정부와 국민이 지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반성과 피해 보상을 통해‘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길 기대한다.
유주성 천주교 수원교구 해외 선교 실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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