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국주의 침탈과 강제 노역의 증거물인 방공호가 인천에만 10여 곳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립박물관은 13일 근·현대 문화유산 조사의 목적으로 방공호 시설 기초 조사를 벌여 일제 강점기 방공호 10여 곳의 위치와 관리 상태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방공호 위치는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뒤편 공영주차장, 중구 신포로 역사자료관 내, 자유공원 석정루 아래, 인천기상대 정문 옆, 인천여자상업고 아래, 중구 답동 긴담모퉁이길, 중구 항동 올림포스 호텔 초입, 중구 노인복지관 내, 미추홀구청 건너편 주차장 등이다.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뒤편 공영주차장 내 방공호는 높이와 폭이 각각 약 2m로 조사됐다.
인근 석정루 아래쪽 절벽에 위치한 방공호는 높이 1.5m, 폭 1.2m 규모로 초입 부분의 천정과 벽체는 시멘트로 마감됐다.
인천시역사자료관에도 축대 아래에 ‘ㄷ’자 형태의 작은 석실형 방공호가 남아 있다.
자료관은 과거 일본인 사업가의 저택이었다가 해방 후 인천시장 관사로 사용되기도 했다.
중구 신흥동 긴담 모퉁이 길 석축 아래에도 방공호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제 방공호는 1937년 제정된 ‘방공법’에 따라 공습 대피 시설 건설을 법제화한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
인천 역시 1883년 인천항 개항 후 일본인 거주지역인 일본 조계지가 마련될 정도여서 일제 강점기에 설치된 방공호의 수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실체와 위치에 대한 조사는 정식으로 이뤄진 적이 없다.
문화유산 전문가들은 방공호를 어두운 역사를 보여주는 ‘네거티브 문화재’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방공호는 제국주의시대 일본의 침탈과 강제 노역의 증거”라며 “침략, 학살, 수탈 등 어두운 우리의 역사를 보여주는 네거티브 문화재지만, 흔적조차 지워버리면 증거를 잃어버리는 격”이라고 했다.
이어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고 후세에 전하기 위해 조사를 하게 됐다”며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네거티브 문화재 보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길호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