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0~1850년대 아일랜드를 휩쓴 ‘아일랜드 대기근’은 기근과 그에 따른 이민으로 아일랜드 인구를 800만 명에서 400만 명으로 급감하게 만든 사건이다. 대기근의 주범은 감자였다. 감자는 생장속도가 빠르고 값 싼 구황작물로 소작농이 많았던 아일랜드 인구를 구원했지만 북미 대륙에서 건너 온 감자마름병이 퍼지자 흉작으로 이어지며 대기근이라는 재앙을 낳게 됐다. 현재도 재배 면적으로는 모든 작물 중 4위를 점하는 감자는 사소해보이면서도 인류 역사에 소소하게, 혹은 크게 영향을 끼쳐왔다.
감자를 주제로 세계사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책 <감자로 보는 세계사>(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刊)가 출간됐다.
저자는 그 동안 세계사에서 감자가 2류 작물로 여겨졌다는 점에 의문을 품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안데스 산맥에서 처음으로 재배 된 감자는 잉카 문명을 탄생시켰다. 생장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앞세워 일종의 ‘식량 혁명’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럽 대륙으로 건너와서는 아일랜드 뿐만 아니라 프로이센에서도 생산량을 앞세워 정착했다. 미 대륙에서 유럽으로 건너올 때만 해도 감자는 ‘악마의 식물’, ‘성서에 나오지 않는 식물’이라며 기피 당해 식물원에서만 길러졌지만 계몽 군주들의 손에서 주류 식용 작물로 자리잡았다. 이후에도 히말라야와 일본에서도 대기근에 종지부를 찍기에 이른다.
감자는 대기근을 종결하기도, 시작하기도 한 작물이다. 대기근의 시작과 끝에는 문명의 태동과 쇠퇴가 있었다. 저자는 이 점에 초점을 맞춰 책을 총 6장으로 구성했다. 감자가 야생종에서 재배종으로 거듭난 과정을 시작으로 잉카, 유럽, 히말리야, 일본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설명한다. 그 동안 국가와 군주 위주로 쓰여진 역사를 특정 소재와 주제를 통해 다시 접한다면 색다를 전망이다. 값 9천800원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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