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보면 ‘칼치기’ 운전자를 가끔 만나게 된다. 차와 차 사이에 갑자기 끼어들어 추월하는 칼치기 운전은 위험천만이다. 부딪칠뻔한 상황에 깜짝 놀라 보통은 크락션을 울리게 된다. 하지만 요즘은 자제하는 편이다. 상대방 운전자가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워놓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주행 중 갑작스런 끼어들기에 놀라 항의하는 운전자를 보복 폭행한 영상이 유튜브와 인터넷 등에 퍼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칼치기 운전을 한 30대 카니발 운전자는 도로에서 내려, 항의한 승용차 운전자에게 생수병을 던지고 주먹으로 폭행을 가했다. 또 피해 가족의 휴대전화까지 빼앗아 던져버렸다. 피해자 승용차 안에는 운전자와 아내, 8살과 5살 자녀 2명 등 가족이 함께 있었다. 가장이 무차별 폭행 당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한 아내와 아이들은 심리적 충격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위협 운전에 보복 폭행 장면까지 담긴 영상이 인터넷 등에 퍼지자 가해 운전자를 엄벌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여론이 들끓는 건 도로 위에서 비슷한 피해를 경험한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속도로에서 대형차가 칼치기해 들어오면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다’ ‘깜빡이(방향지시등)를 켜기는커녕 오히려 경적을 울리면서 칼치기해 사고 날 뻔했다’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난폭운전에 항의도 제대로 못한다’는 내용 등 난폭운전자로부터 위협을 당했다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최근 2년간 보복운전 범죄가 9천여 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인화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보복운전이 8천835건 발생했다. 이중 약 30%에 달하는 2천555건이 경기도에서 발생했다. 위반 유형별로는 진로방해나 고의 급제동, 폭행 등 다양한 유형이 종합된 ‘기타’가 4천651건(52.6%)으로 가장 많았다. ‘기타’ 유형에는 여러 행위가 중복돼 일어나는 것 뿐만 아니라 경적을 울리거나 침을 뱉는 행위 등 다양한 보복행위가 포함돼있다. 그 뒤를 이어 많은 유형이 ‘고의 급제동’ 2천39건(23.1%), ‘서행 등 진로방해’ 1천95건(12.4%) 등이다. 운전자의 신체나 차량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폭행이나 협박, 재물 손괴, 교통사고 유발도 1천50건에 달했다.
보복운전은 도로 위 모든 이에게 큰 위협이 되는 범죄행위다. 난폭운전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보복운전을 하거나, 상대방의 보복운전에 대응해 똑같은 보복운전을 해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자칫 인명이 희생되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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