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얼마나 심각하게 건강을 위협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이면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거나, 아예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인공조명, 소음, 악취 등 ‘감각공해’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하다. 빛과 소음은 심혈관질환ㆍ우울증ㆍ암 등을 발생시키는 요인인데도 무딘 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2위 빛 공해 국가지만 인식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현란한 인공조명은 현대인의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다. 빛에 노출되면 가장 큰 문제는 깊게 잠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 면역력이 낮아지면서 질병 위험이 높아진다. 네덜란드 레이던대 의대 연구에 따르면, 인공조명에 노출된 생쥐는 골밀도와 골격근이 크게 감소했으며 만성염증이 발생했다. 연구진은 “빛 때문에 오랫동안 숙면을 취하지 못할 경우 호르몬 분비, 혈압, 세포 활동 등에 관여하는 생체주기가 교란받는다”며 심혈관질환, 소화기장애 등 각종 질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빛 공해는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도 있다. 고려대의대 이은일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빛 공해가 가장 심한 곳에 사는 여성은 유방암 발생률이 빛 공해가 가장 덜한 지역의 여성보다 24.4% 높았다. 남성은 전립선암 발병 위험이 크다.
소음은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분비를 유도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 코르티솔 분비가 많아지면 심장 박동, 혈압, 혈당 등을 높이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이런 상태가 잘 때도 지속되면 협심증·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높아진다. 2011년 세계보건기구는 소음이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고 발표했으며, 2015년 유럽환경청은 소음 노출로 인한 심장 문제로 매년 최소 1만명이 조기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감각공해는 도시인의 숙명같지만 농촌도 안전하지는 않다. 농촌에선 가축 분뇨같은 악취가 건강을 위협한다. 소와 돼지, 닭 등의 가축 사육지 인근은 유독가스로 인한 대기오염뿐 아니라 수질오염이 심각하다.
감각공해의 심각성은 커지고 있는데 관련 대책은 답답하다.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 방지법’이 2013년 도입됐지만 실행이 안되고 있다. 환경부의 관심 부족에다 지자체들이 2020년까지 법 적용을 유예했기 때문이다. ‘악취 방지법’도 2005년부터 시행됐지만 실효성은 없다. 법은 무용지물이고,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감각공해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주변환경을 개인이 개선할 수 없기에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개인이 안대와 귀마개, 암막 커튼을 이용하거나 전자기기 사용 줄이기 등으로 빛과 소음을 차단할 수도 있다. 이런 실천이라도 해야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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