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에현 가메야마(龜山)시는 기업의 운명으로 생사를 오간 상징적인 도시다. 지난 2004년 일본 대표 전자업체였던 샤프가 주력공장을 이곳에 지으면서 가메야마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도시로 일순간 떠올랐다. 말 그대로 시골 동네였던 도시는 수많은 근로자가 찾아왔고, ‘샤프 시’로 불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가메야마시의 호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08년부터 샤프의 경영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도시도 덩달아 동반 추락해 죽은 도시로 변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가메야마시의 사례는 기업이 살면 도시가 살고, 기업이 몰락하면 도시도 몰락하는 궤를 같이한다는 점을 여실히 나타냈다.
최근 우리 기업들의 사정은 어떠한가?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노동시간 단축 등 정부 정책을 시작으로 미ㆍ중 무역 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악재들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들이 더 큰 보복 조치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속에 이번에는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파기하면서 더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물며 대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은 그야말로 최악의 시기라 할 수 있다. 대기업이 불안해하며 바짝 엎드리면서 행여나 어떤 불이익이 튀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불안과 초조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만나본 도내 중소기업 대표들의 말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실제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 경제심리지수는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까지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심리지수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다.
무작정 기업들의 편을 들자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기업이 몰락하면 기업이 있는 도시의 지역경제는 파탄이 나고, 나아가 국가 경제도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일자리든 성장이든 기업을 살리는 게 최고의 복지가 아닐까. 일본 가메야마시의 교훈을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권혁준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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