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선박에 싣고 기사는 비행기 타고 제주로 가야 하는데, 누가 인천항을 이용하겠습니까.”
수도권에서 제주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트럭기사 A씨(52)는 최근 화물 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전까지는 인천에서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에 트럭을 싣고 건축자재 등을 운반해왔다.
하지만, 참사 이후 뱃길이 막힌 뒤에는 트럭만 따로 보내고 선사에서 지원하는 항공편으로 제주까지 이동해 다시 차를 타고 운반하고 있다.
A씨는 “인천과 제주를 잇는 유일한 정기 화물선 케이에스 헤르메스호에는 선착순으로 12명 밖에 못 탄다”며 “인천항은 차와 함께 제주로 이동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기사들이 목포항 등 다른 지역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과 제주를 잇는 여객선 운항 재개가 늦어지면서 수도권과 제주 간 물류 운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1일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제주에서 인천으로 입항하는 물동량은 2012년 33만6천920rt(운임톤), 2013년 52만912rt으로 증가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2015년 8만여rt, 지난 2018년 12만9천962rt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물동량도 감소 추세다.
반면 제주는 2012년 1천170만t, 2013년 1천239만2천t, 2014년 1천430만2천t, 2015년 1천578만t, 2016년 1천699만t(출항 517만t), 2017년 1천858만t(출항 586만t), 2018년 1천981만t(출항 704만t)으로 매년 물동량이 증가했다.
제주지역의 물류 수요가 매년 늘고 있지만, 인천~제주 항로의 정기 화물선은 케이에스 헤르메스호(5천900t) 1척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주로 가는 자동물량(차를 이용한 화물)도 줄었고, 제주에서 인천으로 오는 화물량도 감소하고 있다.
인천지역 하역사 관계자는 “인천항 선박에 화물차를 싣고 다시 발품 팔아 김포공항까지 가서 제주로 가는 이 불편함을 누가 겪으려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자동물량이 줄면서, 제주에서 인천으로 오는 선적을 소화하지 못해 부두에서 대기하는 일도 빈번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뱃길이 막혀 제주산 농축산물 출하에도 차질이 생기고 가격경쟁력이 악화하고 있다”며 “단순히 항로 1개가 없는 의미를 넘어, 연쇄작용으로 전반적인 해운물류 업계가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IPA 관계자는 “지금은 선석이 없어 여객선이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국제여객터미널이 12월 개장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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