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이상 탈북민 신변보호 연장 의사 확인’ 관련법 개정 후… 안양 고시원서 탈북민 또 ‘안타까운 죽음’

탈북 15년 만에 숨져… ‘안전 사각지대’ 우려

5년 이상 거주한 탈북민의 신변보호 연장 의사 확인을 두고 갑론을박(본보 8월27일자 7면)이 이는 가운데 안양 고시원에서 탈북민이 사망한 채 발견되며 또다시 탈북민 신변 안전 확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1일 안양6동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10시께 만안구 안양6동 소재 한 고시원에서 탈북민 A씨(45)가 변사로 발견됐다.

탈북에 성공한 이들은 ‘기회의 땅’에 온 행운아지만, 상당 수가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A씨 역시 그 중 한 명이었다.

지난 2006년 죽음의 문턱을 넘어 한국에 입국한 A씨의 삶은 빈곤의 늪을 빠져나온 적이 없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A씨는 고시원을 전전하며 대부분 무직으로 지내왔다. 그러던 중 우울증에 알코올 중독까지 걸려 수시로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몇 차례 옥상에 올라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었던 그는 삶을 포기하기 직전 자신의 담당 경찰 보호관에게 전화를 걸어 울먹이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에는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됐었으며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돼 경찰조사도 받는 등 범죄에도 연루됐다.

경찰은 그를 특별관리 대상으로 분류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했지만, 대한민국에서 15년을 사회 부적응자로 생활하던 A씨는 결국 최근 자신이 지내던 고시원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았다.

A씨가 숨진 현장에는 술병과 A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발견됐다. A씨는 “심적으로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 등의 내용을 유서에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극단적 선택과 맞물려, 5년 이상 거주한 탈북민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경찰의 ‘신변보호 기간 연장 의사 확인’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경기남부청 관내에는 전국 최다 탈북민들(8천여 명)이 거주 중이며 이들 가운데 5년이 경과한 자는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신변보호 거부의사를 밝힐 시 대다수의 탈북민 신변 안전에 허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5년 이상 거주를 기준으로 이뤄지는 신변보호 의사 확인은 사실상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1대1 전담 케어 등 탈북민 지원ㆍ보호에 대한 관리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휘모ㆍ박준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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