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 피해, 일본 기업이 더 크다고? / 착시일 뿐, 큰 위기 경고하는 징표다

일본의 경제 보복 이후 우리의 대일(對日) 수출 감소폭보다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감소폭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월별 수출 동향 분석 결과다. 7월 기준 우리의 대일 수출은 -0.3%다. 같은 기간 일본의 대한 수출은 -6.9%다. 일본 기업의 수출 감소가 우리 기업의 수출 감소보다 23배 크다.

일부에서는 이 통계를 한일 경제전에서 한국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근거로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일본에 대한 경제 반격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한다. 우리의 현실적인 경제 반격은 일본산 맥주 등 소비재에 대한 자발적 불매운동이 전부다. 그런 시장의 노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듯하다.

오판이다. 일본의 대한 수출 감소는 7월 이전에도 같은 추세였다. 올 1월에 전년대비 -11.6%였고, 6월에는 -14.8%였다. 불매운동했다고 급감한 게 아니다. 또 하나, 일본 경제 보복의 성격이다. 수출을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당연히 일본의 수출이 우선 줄 수밖에 없다. 맥주 등의 소비재 수출도 줄기는 했다. 하지만, 일본의 대한 수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결과적으로 우리 노력과 무관한 일본의 대한 수출 감소다.

오판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일본 정부는 8월7일과 19일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했고, 29일에도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수출을 허가했다. 아직 부품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한 피해는 현실화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우리 반도체의 특수성도 있다. 수출 대상은 중국, 미국, 유럽 등 세계 시장이다. 일본 수출도 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영향이 시작된다면 우리는 일본이 아닌 세계 시장 지표로 위협받을 것이다.

통계 지표가 이런 위기를 보여준다.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일러주고 있다. 시간은 있다. 일본 경제 보복으로 인한 피해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반면, 일본이 갖는 내부적 부담은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지금이 골든 타임이다. 한일 경제교류 정상화를 이뤄내야 할 마지막 여유공간이다. ‘한일 대화’를 말하면 ‘토착 왜구’로 몰고 가는 사회적 분위기를 잘 안다. 그렇더라도 정부는 냉정히 적기(適期)를 잡아야 한다.

전체 수출이 지금 어떤가. 8월에 전년 대비 13.6% 줄었다. 6월 -13.8%, 7월 -11.0%에 이어 석 달째 두자릿수 하락률이다. 그 중심에 반도체 수출 부진이 있다. 이걸 건드리겠다는 게 일본의 수출 규제다. 만일 9월 또는 10월부터 그 피해가 반영된다면 어찌 되겠나. 혹 일본이 기다리는 게 그때 아니겠는가. 산업통상자원부의 1일 자 수출 통계표를 ‘위로’의 성적표로 여기지 말자. ‘위험’을 알리는 벼랑 끝 경고음으로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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