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링링’ 물폭탄 예고… 노후 주택들 ‘산사태’ 속수무책

[현장&] 동춘1도시개발지역 인근 ‘불안지대’
재개발 지역 인접 7~8가구 ‘좌불안석’ 공사로 지반 약해진데다 배수시설 열악
곳곳 토사 줄줄… 자칫 붕괴참사 우려 기우뚱 소나무엔 전선 칭칭 ‘감전 위험’

15m 크기의 소나무가 절반 이상 뿌리를 드러낸 채 주택을 위협하고 있다.
15m 크기의 소나무가 절반 이상 뿌리를 드러낸 채 주택을 위협하고 있다.

13호 태풍 ‘링링’ 영향으로 최대 300㎜의 폭우가 예상되면서 인천 연수구 동춘1동 ‘동춘1도시개발지역’ 인근 낡은 가옥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5일 오전 11시께 장대비가 쏟아지는 인천 연수구 동춘1동 710-2 일대.

재개발 지역과 맞붙은 이 지역에는 오래 전부터 이 곳에 터를 이룬 7~8가구 주민 10여명이 살고 있다.

이 들의 터전은 인근 재개발 공사로 지반이 약해진데다 배수시설이 열악한 탓에 곳곳에 흙더미가 흘러 내렸다.

특히 재개발 현장과 맞붙은 야산 중턱에서 60년 넘게 산 김모씨(65) 집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김씨 집 옆 약 15m 높이의 소나무는 폭우에 뿌리가 절반 이상 드러나 심하게 기울어진 상태이다.

김씨는 “가만히 두면 집을 덮칠 것 같아 인근 다른 소나무에 직접 올라가 기울어진 소나무를 밧줄로 고정했다”고 했다.

이 소나무는 지름 2㎝의 밧줄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

기울어진 소나무에는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도 감겨 있다.

재개발 공사를 시작한 2018년 인부들이 인근 전봇대를 철거 하면서 전선을 이 소나무에 감아 놓은 것이다.

이 전선은 각 가정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이다.

이 때문에 기울어진 나무가 집을 덮치면 인명사고는 물론 감전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

김씨는 “나무가 있는 길은 우리 가족 3명에 산 위에 사는 사람까지 수시로 지나는 곳인데 감전 위협에 노심초사할 때가 많다”며 “사유지 나무라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데 주민센터와 구청에서는 아무런 안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여름 이곳을 현장 답사한 동춘1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를 확인하고도 “사유지의 소나무는 함부로 벨수 없다”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또 전선 문제는 김씨가 한국전력에 직접 연락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다.

연수구청 관계자는 “동춘1동 주민센터와 협의해, 소나무가 있는 사유지 주인에게 연락하고 조속히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주재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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