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끝자락 섬' 백아도에 30m 높이 기지국을 세워라!

8월 26일 평균나이 60대의 노신사들이 덕적도행 배편에 올라 2시간 항해 후 다시 백아도에 들어가는 선박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인천광역시 옹진군 끝자락 섬인 백아도(위도: 37˚04’53”, 경도: 125˚56’56”)에 35m 높이의 기지국을 건설하기 위해 5인 1조로 움직이는 경력 30년 이상 베테랑 기지국 건설일꾼들이다.

한국전파기지국 주식회사는 서해안 해상의 원활한 통신을 위해 백아도에 이동통신 설비 공용화 사업을 추진했다.

다음날 아침 7시부터 이들은 9시에 도착예정인 작업 헬기를 맞이하러 백아도 헬기장으로 출발했다.

전파기지국을 건설하는 장소는 헬기장에서 150m 떨어진 산 정상으로, 길이 없어 풀숲을 헤치고 길을 만들어 장비들을 운송하기 시작했다.

기지국은 5단으로 만들어진 강철봉으로, 1단의 무게는 3t이 넘어가고 높이는 8m 정도로 30m 상공에서 5단봉을 조립해야 하는 위험한 임무가 수행된다.

오전 9시 정각 드디어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에어로 피스 항공사 소속 대형헬기가 백아도 헬기장에 들어왔다.

작전에 들어가기 전 회의가 진행되고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 안전, 안전”을 외치며 기지국 건설이 시작됐다.

1차 강철봉을 헬기에 띄워 기초기반에 조립을 하기 위해 또다시 회의가 열리고 1단봉을 분해해 조립을 시작했다.

1단계 강철봉이 조립되자 작업자 3명이 30m 상공에서 강철봉을 끌어당기며 4단계 봉까지 순조로운 작업이 진행돼 갔다.

안전바 하나에 몸을 의지하며 한단계를 5분안에 조립하고 다시 사다리를 타고 다음 단계의 강철봉을 조립하는 작업은 혀를 내두를 정도의 고난도 작업이었다.

마지막 5단계 봉을 조립하기 위해 김용기 기장이 관계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는 “헬기에서 아래쪽이 보이지 않아 기장의 감으로만 작업을 해야 한다”며 “모두 안전을 생각하며 작업에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드디어 마지막 5단계 봉이 헬기에 실려 하늘 높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후 들어 바람까지 거세게 불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4단계 봉까진 2시간이 걸리지 않게 조립됐으나, 기장의 말대로 5단계에서는 시작한 지 30분 동안 자리를 잡지 못해 버둥대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누구인가, 경력 30년의 베테랑 작업자 아닌가! 공중에서 움직이는 강철봉 끝에 매달린 줄을 잡아당기며 마지막 조립을 시작했다.

김용기 기장도 바람을 이기고 5단계 봉을 안착시키며 작업은 마무리 됐다.

이번 백아도 이동통신 설비 공용화 사업이 완공되면서 섬의 18가구 주민들은 물론 이 지역을 지나는 선박들에게도 전화, 인터넷, 무전 등 더욱 안전성 있는 통신망이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위험을 무릅쓴 노장들의 작업 모습은 절로 머리를 숙이게 만들었다.

대한민국 노장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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