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용역업체 등 민간은 지원서 제외
마사회 ‘힐링승마캠프’가 유일한 치료
작업자 트라우마 치료 대책 마련 절실
최근 파주ㆍ연천지역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이 발생해 살처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살처분 현장에 동원되는 ‘비(非)공무원’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 지원책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이날 오전 7시 기준 총 7천7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했다. 이는 ASF가 1차로 발생(9월16일)한 파주 A 농장 2천369마리, 2차로 발생(9월17일)한 연천 B농장 4천638마리를 더한 수치다. 이어 도는 ASF 확산 방지 차원에서 발생농가 인근 다섯 농가의 8천326마리도 함께 살처분한다는 방침이다.
이때 살처분이 진행되는 방식은 렌더링, FRP로 나뉜다. 렌더링은 동물 사체를 고온ㆍ고압 처리해 파쇄한 뒤 사료ㆍ비료 원료로 활용하는 방식이며, FRP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소재 탱크 안에 이산화탄소를 넣어 질식시켜 매몰하는 방식이다. 과거 생매장 방식보단 환경오염이 덜하고 인도적이라는 분위기이지만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관련 단체들은 가축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축 살처분 현장에 동원되는 ‘사람’을 위한 지원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자체 공무원이나 군인ㆍ소방관 등 공직에서 살처분에 참여한 자는 정부로부터 심리 상담ㆍ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전액 지원받는 반면, 민간 방역ㆍ용역업체나 농장주 등은 치료비를 본인이 전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무원이라면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를 통해 트라우마 조기 치료에 나설 수 있지만, 이 대상자에 비공무원은 해당하지 않는다.
살처분 참여자 상당수가 가축의 비명을 듣거나 가축이 도망가려는 모습을 보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지만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치료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가축위생방역본부 정원 1천 명 중 정규직이 50명으로, 95% 이상이 무기계약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이번 ASF 살처분에도 민간인이나 비정규직이 대다수인 실정이다.
결국 살처분 작업 트라우마를 겪는 공무원 외 작업자들은 한국마사회가 진행하는 ‘힐링승마캠프’를 심리 치료 활동의 대안으로 삼고 있다. 힐링승마캠프는 말과의 접촉이나 승마를 통해 정신적 치유를 하는 활동으로 지난해에만 살처분 참여자 60여 명이 찾았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살처분 참여자에 대한 심리ㆍ신체적 증상 체크리스트와 트라우마 예방 교육 매뉴얼을 만드는 등 제도를 고쳐나갈 것”이라며 “살처분 작업자들의 트라우마를 연구하며 방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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