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는 전기를 이용해 피우는 담배로, 열을 이용해 발생한 증기를 흡입한다. 보통 니코틴이 들어있는 액상을 끓여 수증기를 흡입하는 액상형과, 압축한 담뱃잎을 가열해 수증기를 흡입하는 궐련형으로 나뉜다. 액상 팟(POD)을 교체하는 방식의 CSV 전자담배가 인기인데 미국의 쥴ㆍ한국 KT&G의 릴 베이퍼 등이 대표적이다.
전자담배 제조사들은 일반 담배 대신 전자담배로 흡연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카트리지의 니코틴 양을 차츰 줄여가는 원리로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광고했다. 일반 담배와 비교해 냄새가 덜 나고 유해물질이 적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대중화됐다. 그러나 전자담배는 판매 초기부터 유해성 및 금연효과 효용성 논란이 계속돼 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담배가 효과적인 니코틴 대체요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가 없으며, 증기에 독성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적법한 금연 도구가 아니라고 했다.
우려했던 것처럼, 미국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이 폐질환에 걸리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지금까지 숨진 사람이 13명이고, 기침과 호흡곤란 등을 동반한 폐질환자가 800명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8세 미만 환자 비율이 16%에 이른다는 보고다. 과일이나 풍선껌의 향이 첨가된 전자담배가 최근 청소년층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쥴’의 경우 USB 드라이브와 유사한 모양인데다 냄새가 거의 안 나 부모나 교사의 눈에 잘 띄지 않아 통제가 쉽지 않다.
미국에서는 액상 전자담배 사용 및 판매를 금지하는 추세다. 현재 판매가 금지된 지역은 뉴욕주, 미시간주, 로드아일랜드주, 워싱턴주 등이며 점차 확대되고 있다.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에서도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자담배를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뿐 아니라 인도도 전자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했고, 중국은 특정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며 규제를 확대하는 등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5월 쥴의 한국 진출 이후 액상 전자담배가 큰 호응을 얻자 보건복지부가 사용자제를 권고했다. 대한금연학회도 지난 26일 ‘액상형 전자담배사용 관련 중증 폐질환 및 사망사건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 전자담배 사용자제를 권고했다. “전자담배를 포함한 담배제품 관리 및 규제 강화를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국회 및 정부가 마련할 것”도 촉구했다.
덜 해로운 담배는 없다. 우리 정부도 전자담배 위험성에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민 건강,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다른 나라는 사용 및 판매 금지까지 하는데 ‘사용자제 권고’로는 미약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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