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 ISA 가입 미성년자 1만7천 명…“부 대물림 악용 우려”

일명 ‘만능통장’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한 미성년자가 작년까지 1만7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의 재산증식 취지로 설계된 ISA 계좌가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ISA가 출시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ISA 계좌를 새로 개설한 20세 미만의 가입자는 총 1만7천71명으로 나타났다.

3년간 ISA 계좌를 개설한 0∼9세 가입자는 120명, 10∼19세 가입자는 1만6천951명이다. 같은 기간 이들이 ISA 개설 당시 가입금액을 합하면 총 150억여 원이다. 10세 미만 어린이들이 약 5억6천만 원을, 10∼19세가 약 144억9천만 원을 ISA 계좌에 넣었다. 2016년에는 4세, 5세 어린이가 각각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에 2천만 원씩 넣고 가입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3년간 20세 미만 가입자의 ISA 계좌 가입 건수 및 가입금액은 ▲2016년 1만2천810건 (65억4천173만 원) ▲2017년 3천172건(44억1천971만 원) ▲2018년 1천89건(40억908만 원)이다.

지난 3년간 은행별 20세 미만 ISA 가입 총 계좌 수 및 가입금액은 2천 건 이상 가입한 은행의 경우 ▲신한은행 3천405건 (12억8천118만 원) ▲하나은행 2천466건 (19억2천908만 원) ▲우리은행 2천380건 (26억8천460만 원) ▲기업은행 2천340건 (8억4천507만 원) ▲국민은행 2천229건 (33억8천464만 원) 등이다.

2016년 6월부터 도입된 ISA 계좌(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ndividual Savings Account)는 자신이 가입한 예·적금과 펀드 등 여러 금융상품들을 한 계좌에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만능통장’으로 불린다.

ISA 계좌는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국민의 자산관리를 돕고 세제 혜택으로 노후준비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따라서 ISA 계좌에 가입한 사람은 계좌 내에서 발생하는 순수익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 세제 혜택이 있는 만큼 가입 요건이 까다롭다. 직전년도 금융소득이 2천만 원 이하인 근로소득자, 사업소득자, 농어민이 가입할 수 있다. 계좌를 개설할 때 신분과 소득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도입 취지와는 달리 ‘금수저 미성년자’들에게 부를 대물림 해주기 위한 용도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성 의원의 설명이다. 성 의원은 “ISA에 가입한 미성년자들은 대개 사업소득자인 것으로 추정된다”라면서 “미성년자가 부동산 임대업 등 사업소득자인 경우가 있는데 이들의 부모가 상속세 등을 탈루할 목적으로 가입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 의원은 “세제 혜택을 통해 국민의 자산형성을 돕기 위해 도입된 ISA가 미성년자들에게 무분별하게 개설돼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는 만큼, 제도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현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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