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제평화지대로 변모하는 비무장지대(DMZ) 인근 접경지역을 국제적 경제특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주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DMZ 국제평화지대’를 재차 거론하며 DMZ 지뢰 제거에 이어 북한과의 경제특구 조성 구상을 밝혔다. 남북 경제협력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0일 제19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식 개회사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의 시대를 가리키는 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며 “때를 놓치지 않는 지혜와 결단력, 담대한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3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는 만큼 북한과의 경제협력 등 남북 관계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불가 입장에 따라 북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가 진척을 보이지 못했는데 남북경협 확대를 위해 다시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DMZ를 국제평화지대로 조성하자는 제안은 북한 체제안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담보하려는 청사진이다. 70년간 남북 군사적 대결이 낳은 비극적 공간인 DMZ를 군사적 충돌이 영구히 불가능한 지역으로 만들어 평화를 확산시키자는 구상이다. DMZ 내 유엔기구 및 평화·생태·문화기구 유치, 유엔지뢰행동조직 등과 DMZ 지뢰 제거,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평화협력지구 지정 등 획기적 내용들이 담겼다.
북한과의 경제특구는 지난해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9·19 평양 공동선언에 포함된 내용이기도 하다. 관건은 북한이 진정성 있게 비핵화를 실천하느냐다. 북한의 비핵화 진척과, 이에 비례해 국제사회의 대북 신뢰가 증진돼야 본격적인 국제 경제특구 조성에 나설 수 있다.
북한이 핵실험 중단을 통해 미래 핵에 대해선 동결에 가까운 실천을 했지만, 과거 핵과 현재 핵의 폐기나 제거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북미 간 힘겨루기 또한 길어지고 있어 남북경협 구상을 가속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북한이 밝힌 9월 말 북미 실무협상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북미 비핵화 협상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서다.
문 대통령의 발언처럼 “평화경제는 70년 넘는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남북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상생의 시대를 여는 일”이다. ‘비극의 땅’ DMZ를 ‘축복의 땅’으로 바꿔낼 수 있는 기회다. 장밋빛 구상이 현실이 되려면 북한이 비핵화를 실천하고, 국제사회가 호응해야 한다.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실행할 수 없다. 우리도 너무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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