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 1천여명 농성… 쓰레기장으로 전락한 도공 서울영업소

농성 장소 옮기며 천막 등 방치
태풍 오는데… 낙하 우려 목소리
경찰 철거 요청에도 묵묵부답
노조 “조만간 일부 가져올 것”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다 떠난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 한국도로공사 서울영업소 주변이 2일 온갖 가전제품과 천막‚ 시위용품 등이 버려진 채 방치돼 있다. 전형민기자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다 떠난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 한국도로공사 서울영업소 주변이 2일 온갖 가전제품과 천막‚ 시위용품 등이 버려진 채 방치돼 있다. 전형민기자

“주위를 좀 둘러보세요. 여기서 일하고 싶겠어요?”

2일 오후 2시께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 한국도로공사 서울영업소 앞. 지난달 초까지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1천여 명의 농성장으로 이용된 이곳은 마치 커다란 쓰레기장을 연상케 했다. 서울영업소로 진입하는 출입구 정면에는 지지대가 무너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천막과 너저분한 현수막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출입구와 불과 50여m 거리밖에 떨어지지 않은 서울영업소 바로 뒤편에는 ‘손대지 마시오’라고 적힌 팻말과 함께 선풍기, 플라스틱 재질의 의자와 테이블, 스티로폼, 커피포트 등 온갖 물품이 나뒹굴고 있었다. 먹다 남은 주류와 돗자리, 냉장고도 보였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이 정규직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20일 넘게 점거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당초 농성장으로 이용된 한국도로공사 서울영업소 인근이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요금 수납원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도로공사 본사 로비로 농성장을 옮기면서 서울영업소에서 가져가지 못한 개인 텐트와 천막이 방치된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영업소 직원을 비롯해 이곳에서 근무하는 경찰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태풍 ‘미탁’ 상륙에 따라 서울영업소에서 5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경부고속도로에 쓰레기 낙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2일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 한국도로공사 서울영업소에서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던 노조원들이 떠난 농성장에 가전제품과 비닐천막, 텐트 등이 버려진 채 방치돼 있다.전형민기자
2일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 한국도로공사 서울영업소에서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던 노조원들이 떠난 농성장에 가전제품과 비닐천막, 텐트 등이 버려진 채 방치돼 있다.전형민기자

한국도로공사 서울영업소 관계자는 “농성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없는 텐트에) 손을 댈 수 없다”며 “미관상 보기 좋지 않은데다 나중에 피해가 올까봐 치워달라는 말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납원들에게 (시설물을 치워달라는) 이야기를 전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면서 “농성을 벌이는 노조 집행부에 다시 한 번 이야기해보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조는 경북 김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본부로 농성장을 옮기는 도중 기존에 설치한 텐트 등을 부득이하게 놔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 자체적으로 (차량이동 등) 지원이 부족해 부득이하게 서울영업소에 천막 등을 놔두고 왔다”면서 “조만간 천막과 텐트 일부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영업소에서 다시 농성을 펼칠 가능성도 있어 전체 시설을 치우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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