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국경일 개천절, 태극기는 어디에?… “태극기 찾는 사람 처음 봐요”

제헌절·광복절 등 국경일에 게양 가정 실종
판매처 찾기 힘들고… 상당수 허술한 중국산
정부가 취급처 확대하고, 적극 홍보 나서야

단기 4352년 개천절을 하루 앞둔 2일 수원 경기국학원에서 정길영 경기도국학기공협회장, 박명준 수원시국학원장 등 관계자들이 단군할아버지 가면과 의상을 착용한 채 태극기를 흔들며 개천절을 기념하고 있다. 경기국학원은 3일 수원, 용인, 안산, 고양 등 지부별로 개천문화국민대축제를 일제히 진행할 예정이다. 김시범기자
단기 4352년 개천절을 하루 앞둔 2일 수원 경기국학원에서 정길영 경기도국학기공협회장, 박명준 수원시국학원장 등 관계자들이 단군할아버지 가면과 의상을 착용한 채 태극기를 흔들며 개천절을 기념하고 있다. 경기국학원은 3일 수원, 용인, 안산, 고양 등 지부별로 개천문화국민대축제를 일제히 진행할 예정이다. 김시범기자

태극기는 어디서 살까.

단기 4351년 개천절을 하루 앞둔 2일, 경기도 내 집과 거리에서 모습을 감춘 ‘태극기’를 찾아 나섰다. 용인의 한 면사무소에 태극기를 판매하느냐고 묻자 면사무소 측은 “없다”고 답했다. 관계자는 “태극기를 팔지 않은 지 10여 년이 된 것 같다”며 “최근에 ‘태극기’를 찾는 사람을 처음 봐 구매처 안내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규정에 따라 지자체 민원실이나 매점 등에 국기를 판매토록 하고 있으나 이를 어기고 있는 셈이다.

다음으로는 광주의 한 전통시장. 시장 내에서 ‘만물상’으로 불린다는 가게에 들어섰지만 자동차에 액세서리처럼 꾸미는 소형 태극기 말고는 딱히 별다른 태극기를 볼 수 없었다. 약 100개에 달하는 매장 사이에서 펄럭일 수 있는 대형 태극기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었는데, 그나마 태극기 도ㆍ소매를 취급한다는 매장에서도 “재고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문구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문구점에선 태극기를 비교적 쉽게 발견했지만 플라스틱 소재의 깃대가 짧은 ‘중국산 태극기’가 8천 원부터 1만2천 원까지 천차만별 가격에 거래됐다. 금색으로 칠해진 깃봉 역시 색이 바래거나 허술한 모습이었다.

수 시간을 허비한 후 발견한 태극기는 수원의 행정복지센터에서 현금 5천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센터마다 재고는 3개 미만부터 10개 이상까지 다양했으며 동일한 값에 구매할 수 있었다. 한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미리 태극기 재고를 파악하고 대비하고 있었다”며 “혹시 오래되거나 못 쓰게 된 태극기가 있다면 버리지 말고 주민센터에 가져와 국기수거함에 넣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3ㆍ1절, 제헌절, 광복절, 한글날과 함께 5대 국경일로 지정된 개천절을 맞았지만 태극기를 게양하려 해도 ‘구매처’가 없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행법상 국경일에 지자체와 공공기관, 학교와 군부대 등에 연중 국기를 달도록 하고 있다. 또 공항이나 호텔 등 국제적인 교류장소나 공원이나 경기장 등 많은 사람이 출입하는 장소에도 가능한 국기를 달아야 한다고 정했다. 다만 심한 눈ㆍ비ㆍ바람으로 국기가 훼손될 경우에만 달지 않도록 명시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일반 가정과 길거리에서 태극기가 걸린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일각에선 국격 상승을 위해 ‘태극기 달기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메아리에만 그치는 중이다.

정정순 경기국학원 사무처장은 “태극기의 태극 문양과 4개의 괘는 하늘과 땅, 인간이 조화롭게 화합한다는 뜻이 있다”며 “개천절을 맞아 선조의 뜻이 담긴 태극기가 더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판매처와 취급처를 확대하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개천절을 앞두고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국기 게양’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31.3%가 ‘게양할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때 가장 큰 이유는 ‘집에 태극기가 없어서(55.3%)’로 조사됐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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