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사건도 내가 진범”… 실체 드러난 이춘재 ‘살인 14건’

화성 10건 외 청주서 2건 추가 확인… 수원 2명 살해도 확실시
범인 잡힌 8차도 범행 주장… 경찰 “자백 신빙성 검증 총력”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모방범죄로 알려진 제8차 사건의 진범이 자신이라고 주장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가 자백한 살인사건 14건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6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4~27일까지 부산교도소에서 이뤄진 4~7차 대면조사에서 모두 14건의 살인사건과 성폭행 및 성폭행 미수 등 30여 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그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 가운데 화성사건 10건을 포함하면 나머지 4건은 충북 청주 2건, 화성 일대 2건으로 파악됐다.

청주 살인 2건의 경우 1991~1992년 연달아 발생한 부녀자 피살사건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이씨가 자백한 마지막 2건의 살인은 1988∼1989년 화성 일대에서 연이어 터진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인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화성연쇄살인사건 6차와 7차 사이에 벌어진 일인 데다 범인이 피해자를 결박하는 데 속옷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화성 사건과 유사성이 높다.

경찰은 과거 범인까지 검거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제8차의 진범이 자신이라는 이씨 주장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씨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8차 사건은 당시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의뢰한 체모 방사성동위원소 감정 결과가 국내 사법사상 처음으로 재판 증거로 채택돼 화제를 모았다. 감정 결과를 토대로 검거된 윤씨(당시 22세ㆍ농기계 수리공)도 수사기관 조사에서 범행을 털어놓아 사건은 해결된 듯 보였다.

그러나 30년이 지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씨가 8차 사건마저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사건으로 수감된 윤씨가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는 취지로 한 언론사와 옥중 인터뷰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그는 당시 “직업이 농기계 용접공이었을 뿐 우연이다. 이미 지나간 일을 구구절절 묘사하기 싫다”며 “나처럼 돈도 없고 연줄도 없는 놈이 어디다 하소연하나. 나는 국선 변호인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피살자 오빠와는 친구 사이며 여동생을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20년으로 감형돼 2010년 석방됐다는 말이 나오는 등 정확한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자백한 사건들의 과거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철저히 검증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는 화성사건 이후인 1994년 1월 충북 청주 자택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양휘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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