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줄임말 이제 그만!… 고운 우리말 아끼고 가꿔요
‘핵인싸’, ‘머박’, ‘롬곡옾눞’, ‘TMI’, ‘갑분싸’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신조어와 줄임말들이다. 신조어들은 일종의 시대적 유행어다. 나름 사용의 긍정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부정적인 견해도 많다. 바로 한글 훼손문제다. 줄임말이나 신조어는 언어의 축약이나 합성, 한글 맞춤법 무시 등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글을 파괴하게 된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의 각종 외래어, 은어, 속어가 난무하고 청소년들 사이에선 무분별한 줄임말, 외계어 등의 사용이 심각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세종대왕이 만든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우리말 한글을 사랑하고 한글을 제대로 알고 공부하고 홍보하는 경기도 학생들도 있다. 대표적인 동아리가 바로 성남 성일고등학교 ‘바른말 누리단’과 수원 이의고등학교의 ‘말모이’다. 훈민정음 반포 573돌을 기념한 한글날을 맞아 2019년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되새기며 학생들이 한글을 바로 알고 제대로 사용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있는 이들의 활동사항을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성남 성일고 {바른말 누리단}
맞춤법·순우리말 탐구 등 다양한 활동
한글날 맞아 광고·현수막 제작 예정
언어문화 개선… 학교폭력 예방 꿈꿔
성남 성일고등학교에는 특별한 활동을 하는 동아리가 있다. 바로 성일고등학교의 ‘바른말 누리단’이라는 동아리다. 동아리는 4년 전부터 활동을 이어오던 성일고등학교의 특색 있는 바른말 고운말 관련 동아리다. 동아리의 활동 목적으로는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교내외에서 바른말, 고운말을 사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매년 여러 활동을 기획하고 구성하는데 특히 올해에는 감사의 달인 지난 5월, 감사한 말 전하기 프로젝트를 교내 전체에 홍보,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해서 캘리그라피, 오행시, 편지글 형식의 작품을 받아 우수작을 선정해 상품을 수여하고 교내에 직접 전시해 재학생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학교에서 하는 대회가 아닌 동아리 부원들끼리 직접 기획하고 심사했던 활동이라 더욱 뜻 깊고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또한 8~9월에는 헷갈리는 맞춤법, 아름다운 순우리말이라는 주제로 탐구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고 교내에 전시하는 활동을 가졌다. 평소에 헷갈렸던 단어를 직접 여러 매체를 통해 조사하고 발표하면서 우리말에 관한 지식들과 한글을 이해하는 활동을 진행하며 흥미롭고 학교 수업에서 배울 수 없었던 많은 지식과 내용들을 배울 수 있었다.
10월 이후로는 한글날을 맞아 한글 사랑에 관한 버스 광고, 현수막 등 여러 행사가 예정돼 있다. 버스 광고를 싣는 방법, 현수막을 제작하는 방법을 이 기회에 직접 알아보고, 여러 가지 문구를 고민하면서 동아리 활동을 진행할 생각에 벌써 기대가 된다. 또 앞으로 싣게 될 광고, 홍보를 보면서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언어생활에 대해 고민해보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바른말 누리단’ 동아리는 여러 활동과 행사를 통해 나 자신의 언어습관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게 해주고, 내 언어 생활이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반성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익하고 뿌듯한 동아리다. 또한 바른말 누리단 동아리 활동은 이후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 활동과 행사를 통해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나의 진로에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바른말 고운말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교 안에서 학생들 사이의 언어문화를 개선하는 데에 앞장서서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 한글을 아름답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유범근(성남 성일고 2)
수원 이의고 {말모이}
외국어·일제 잔재어 한글로 바꾸고
욕설 어원·순화어 담아 교내에 게시
친구들도 큰 호응… 학교 새 명물로
“아부지, 근데 나 이제 김순희 아니고 ‘가네야마’래요. 나는 김순희 좋은데….”
영화 ‘말모이’에서 꼬마 순희가 아빠 유해진에게 건내던 명대사다. 2019년 1월, 언어에 관심 많던 나는 이 영화를 눈물범벅이 돼 감명깊게 봤다. 일제 강점시절 우리말을 지키려고 목숨까지 바치는 분들의 이야기가 너무 고맙고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마침 그 때가 새로운 창체동아리를 기획할 때였는데 나는 이 영화에서 힌트를 얻었다. 우리말 동아리 ‘말모이’. 우리 청소년들이 자주 쓰는 외국어나 잘못된 표현을 올바른 우리말로 바꾸고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면 어떨까 싶어 열심히 기획서를 쓰고 친구 채린이와 함께 영화포스터를 활용한 동아리 홍보 문안을 만들고 열심히 돌렸다.
“우리말탐구 말모이. 모집대상은 우리말을 사랑하는 누구나! 국어실력을 높이고 싶은 누구나! 1,2학년 모두 환영합니다!”
학술동아리라서 몇 명이나 모일지 걱정했는데 뜻밖에 10명이나 모였다. 창체동아리 요건 획득. 우리는 영화 ‘말모이’를 함께 모여 보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다들 감동적이었다며 의욕을 보였고 그 다음 모임부터는 우리말 번역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5월 11일, 말모이의 순화작업을 모두가 볼 수 있는 전지크기로 만들어 교내에 붙인 첫번째 ‘우리말 번역기’가 완성됐다.
“하이파이브->손뼉맞장구, 커플룩->짝꿍차림…” 아이들이 자주 쓰는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꿔봤는데 국립국어원이나 언론사에서 제시하는 정보가 큰 도움이 됐다. 다음 활동으로는 ‘파이팅’, ‘간지나다’, ‘소보루빵’ 등의 일제 잔재어를 우리말로 바꿔보는 두 번째 번역기를 제작했고, 세 번째 번역기는 청소년들이 자주 쓰는 ‘×랄하다’ 등의 욕설의 어원을 조사하고 그에 대한 순화어를 담아 게시했다. 게시장소는 이의고 학생들이 점심을 먹고 가장 많이 다니는 2층 복도에 붙였는데 내용을 유심히 보고 재미있다며 순화어를 따라해 보는 등 어느새 이의고의 새로운 명물이 된 것 같다.
“한 사람의 열 발자국보다 열 네놈의 한 발자국이 더 낫지 않겠어?” 영화 ‘말모이’의 명대사처럼 우리 동아리 부원들도 한 사람의 열 발자국보다 열 사람의 한 발자국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서로를 아끼고 보듬어 간다. 이 자리를 빌어 부원들 이름 한 번씩 불러본다. 채린아, 유진아, 나은아, 민성아, 지인아, 유빈아, 소윤아, 준형아! 바쁜 고교생활 속에 함께 해줘서 고마워. 우리 조금만 더 힘내자. 이의고등학교 우리말 동아리 ‘말모이’, 아자아자!
노혜원(수원 이의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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