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장관 가족’ 따라하기

공개소환은 인격적 살인이다. 수사단계에서 이미 죄인으로 몰아간다. 무죄 추정 원칙에 위배됨은 물론이다. 일명 포토라인도 언론의 편의를 위한 제도였음이 사실이다. 이를 폐지한 검찰의 결정은 옳다. 심야 수사 역시 없어져야 할 폐습이다. 정상적인 진술권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킨다. 과거에도 숱하게 문제가 제기됐던 관행이다. 그런데도 좀처럼 없어지지 않았다. 이를 폐지한 결정 역시 검찰의 옳은 선택이다. ▶‘왜 하필 지금이냐’는 논란은 있다. 첫 수혜자가 조국 법무장관의 가족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체적 진실의 오류다. 아니면 의도적인 과장이다. 공개 소환 금지나 심야 수사 금지는 전국 검찰청에서 동시에 시작됐다. 검찰에는 오늘도 수많은 피의자들이 소환되고 수사받는다. 그들 모두에게 이 개정 규칙은 적용된다. 관찰의 시각을 오로지 조국 가족에게만 맞추다 보니 이런 착시가 생긴다. ▶사실, 이보다 걱정되는 건 따로 있다. 조 장관 가족들이 보여주는 ‘수사 회피 기법’이다. 조국 장관의 동생 조모씨가 영장 심사 연기를 요청했다. 심사 당일 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다. 조씨는 웅동중학교에 교사 채용을 빌미로 돈을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궐석심사가 열렸지만, 일반 피의자들에겐 준 엉뚱한 힌트가 있다. 영장 심사 날 수술날짜를 잡아 시간을 번다는 ‘기술’이다. ▶조 장관 부인 정경심씨도 조서 열람의 특별한 ‘기술’을 보여줬다. 두 번째로 소환된 5일 정씨가 검찰에 머문 시간은 15시간이다. 이 중 실제 조사는 2시간 40분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앞서 받았던 조서를 열람했다. 4시부터 조사가 시작됐으나 6시40분 다시 중단됐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시 4시간 30분간 조서를 열람한 뒤 그대로 귀가했다. 피의자들에겐 ‘조서 열람을 통한 수사 지연’이 전술로 비쳤음직하다. ▶법무장관은 검사들의 인사권을 갖는다. 검찰총장을 통해 개별 수사를 지휘한다. 국민에 주는 상징성이 크다. 그런 장관과 가족의 수사인 만큼, 일반인에 주는 영향도 크다. 혹시 너도나도 흉내 낼까 봐 걱정이다. ‘나도 조서 읽으며 시간 끌겠다. 법무장관 부인이 그렇게 하더라’라고 할까 봐…. ‘나도 구속영장심사 때 수술하겠다. 법무장관 동생이 그렇게 하더라’라고 할까 봐…. 과거의 경험을 보면 이런 ‘흉내’는 급속히 유행하는 경향이 있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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