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완전 전쟁터 아닙니까… 바깥에서 보기에는 돼지 몇 마리 죽고 살처분하고 그러나 보다 생각할 수 있지만, 일선에 나와 보면 정말 숨 쉴 틈도 없을 만큼 심각하다.”
지난 4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10월 공감ㆍ소통의 날’ 행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회에 국정감사를 미뤄달라며 한 말이다.
지금 경기도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전쟁 중이다. 파주 5곳, 김포 2곳, 연천 2곳 등 도내 9곳의 농가에서 ASF가 발생했고, 10만 1천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살처분 현장에 동원된 인원만 2천500여 명이다.
ASF는 현재 진행 중이다. 한글날인 9일에도 연천군에서 의심신고가 접수돼 확진 판정됐고, 같은 날 농림축산식품부는 고양ㆍ포천ㆍ양주ㆍ동두천ㆍ연천군 등 ASF 발생 농가 반경 10㎞ 지역을 ‘완충 지역’으로 지정, 모든 차량의 농가 출입 통제와 대대적인 집중방역을 예고했다.
상황이 이렇기에 이재명 지사는 도의 모든 행정력을 ASF 방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국정감사를 미뤄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것이다.
그럼에도, 일주일 뒤인 18일 경기도청에서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16일 예정됐던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는 ASF를 이유로 취소됐지만, 행안위는 경기도 국정감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곳도 아닌, 전국 최대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이기에 국정감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행안위의 심정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반대로 어느 상임위원회보다 행정을 잘 아는 행안위이기에 ASF 사태 속에서 국정감사를 기여코 하겠다는 모습이 아쉽기도 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를 보자. 검찰과 법원의 국정감사에서도 ‘조국’,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도 ‘조국(펀드)’, 심지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인사혁신처 국정감사에서도 ‘조국(호칭 문제)’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국정감사의 본래 기능을 망각한 채 여야 모두 정치적 논리에 의해 국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라고 다를까. 경기도의 수장은 여권 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이자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이재명 지사다. 2천여 명이 10만 마리의 돼지를 묻고 있는, 이 전쟁 같은 현장에서 열리는 국정감사가 자칫 ‘이재명 국감’이 되지는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경기도민들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ASF의 최대 피해 지역인 경기북부는 전통적으로 현 야당에 큰 지지를 보냈던 곳이다. 총선이 반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이호준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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