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지자체의 극일(克日)은 있기나 한 건가. 일본 수출 보복 초기에는 엄청난 노기(怒氣)를 쏟아냈다. 너나 없이 일본과의 경제전쟁에 나설 듯 보였다. 한일 경제 충돌 100일이 지난 지금, 그런 의지를 확인할 모습은 안 보인다. 돌아보면 애초부터 행동은 없는 말뿐이었다. 일부에서는 지자체들이 관계 정상화 이후 일본과의 유대 복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적당히 ‘말’로만 뭉개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 도발 100일을 맞아 관련 지표들이 제시됐다. 일본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주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일본의 핵심 수출 품목 가운데 하나인 차(車) 시장이 그렇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100일 전 20.4%에서 5.5%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독일 차 판매는 급등했다. 수입차 수요가 준 게 아니라 일본 차 구입이 줄었음을 보여준다. 도요타(-73%)ㆍ혼다(-79%) 등 일본 기업들의 위기감이 어떨지 짐작되고 남는다.
일본 여행 자제의 효과는 더 직접적이다. 한국인들의 대표적 방문지역인 대마도(쓰시마) 현지의 상황을 일본 나가사키 신문이 전했다. ‘하루 2천 명에 달하던 한국 관광객이 이제는 50명에도 못 미친다.’ 신문은 또 ‘천재지변을 당한 것 같다’는 대마도 지역민의 하소연을 전하기도 했다. 급기야 나가사키현이 나서 숙박업소에 대한 진급 지원을 하기로 했다. 전체 한국 관광객은 8월에만 전달에 비해 48%나 줄었다.
그 기간, 정부는 뭐했을까. 별로 보이지 않는다. 최근 처리된 경기도의 건의사항 결과도 그렇다. ‘일본 수출 규제 대응 4가지 건의안’을 정부가 모두 불인정했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외투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건의였다. 부품소재 등 공급원의 다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개혁이었다. ‘논의하고 있다’, ‘위험하다’는 등이 이유다. 경기도 의견이 모두 옳다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일괄 거부에 이를 정도 역시 아니라 본다.
시군의 극일도 찾아볼 수 없다. 일본 수출 규제 발표 초기, 시군은 발끈하고 나섰다. 시민들과 규탄 대회를 열고, 일본에 대한 경제 대응을 선언했다. 그런데 ‘무엇을 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냉정히 보면 말로만 떠들고 있었던 것이다. 전 국민이 나서는 일산(日産) 불매 운동조차 외면했다. 수천억~2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쓰는 소비주체인 시군의 외면이다.
일본과의 경제 충돌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베 정부는 여전히 ‘한국 탓’을 하며 강경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 먼 훗날 ‘국민의 극일 전쟁에서 당신의 지역은 무엇을 했느냐’고 물을 때, ‘이것을 했다’고 내놓을 실효적 행동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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