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전계수
출연: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 등
줄거리: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이 창 밖이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무비.
실제 직장 생활 경험을 녹여낸 시나리오
30대 직장인인 서영은 매일을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 안정적인 삶을 원하지만 현실은 속수무책으로 흔들거릴 뿐이다. 불안정한 계약직 생활, 비밀사내 연애 중인 연인 진수(유태오)와의 불안한 관계, 밤마다 시달리는 엄마의 전화까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느낀 서영이 무너져내릴 때 창 밖에서 로프에 매달린 채 그녀를 지켜보는 남자 관우(정재광)를 마주하게 된다. 과연 관우는 흔들리는 서영을 바로잡아줄 수 있을까.
'버티고'는 전계수 감독이 오랜 공을 들여 완성한 작품이다. 대학 때 쓴 시 '널빤지 위의 사랑'을 모티브로 감독 데뷔 전 일본에서 3년 가량 직장생활을 이어가면서 자신의 마음을 '서영'에 투영해 쓴 시나리오에서 출발했다. 덕분에 영화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특한 시각에서 바라본다. 일, 사랑, 가족 등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이들의 현실을 힘겹게 보여주던 전계수 감독은 극적인 엔딩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암시하면서도 관객들에게 깊은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천우희,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 만들까?
이번 작품에서 천우희는 IT업체의 계약직 디자이너로 일하는 서영 역을 맡아 열연했다. 서영은 사내 최고의 인기남인 진수와 비밀사내연애를 하지만 그것을 숨기느라 남들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 떨어져 지내고 있는 엄마와의 갈등도 심해지고, 회사에서는 재계약 시즌의 날카로운 분위기가 팽배하다. 마치 서영에겐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꿈마저 사치인 것 같다. 그런 서영에게 천우희는 깊이 공감했다. 천우희는 "제 또래에 겪었을 일, 공감할 수 있는 일을 연기적으로 잘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서영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작품이라 연기적인 기교보다는 진심으로 연기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계수 감독은 "천우희 배우만이 영화 속 서영을 완벽히 구현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촬영을 할 때 그녀가 표현하는 모든 디테일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버티고'는 사운드의 영화
전 감독은 촬영 전부터 '버티고'는 사운드의 영화라고 선언할만큼 사운드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버티고'만의 사운드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인물들의 대사보다 공간을 지배하는 엠비언스와 이펙트, 사물 등의 사운드를 강조해 직조됐다. 서영이 일하는 고층빌딩 자체를 거대한 수족관에 비유해 빌딩이 갇혀 있는 서영의 답답하고 어지러운 상황을 드러내는데, 이 때 관을 타고 물이 흐르는 소리, 기계나 사무집기가 삐걱거리는 소리, 바람소리 등의 사운드를 영리하게 활용해 감정을 서서히 고조시킨다. 또한 서영이 단계적으로 겪은 이명의 날카로운 사운드 역시 기존에 존재하는 소리를 차용하지 않고 과감하면서도 독창적인 사운드디자인을 위해 사운드팀의 이펙트 디자이너와 다양한 레퍼런스를 공유하고 실험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사운드와 함께 '버티고'의 또 다른 필람포인트는 바로 사운드트랙이다. 뮤지컬영화 '삼거리 극장'에서부터 '러브픽션' 중 공효진을 향한 하정우의 고백 송으로 유명한 '알라스카'까지 전계수 감독의 특별한 음악 감성은 '버티고'에서도 이어진다. 마치 서영의 감정을 대변하는 듯 보컬의 허밍으로 가득한 메인 테마곡은 고공감성의 화룡점정. 여기에 전 감독이 대학 시절 직접 쓰고 이번에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시를 가사로 담은 '널빤지 위의 사랑'까지, 관객들은 전 감독만의 특별한 음악적 감수성에 절로 빠져들게 된다.
개봉: 10월 16일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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