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현직 안산시장이었다. 수원지검 특수부가 수사했다. 업자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이미 업체 이름까지 다 공개됐다. 수사가 자꾸 엉뚱한 곳으로 번졌다. 관계없어 보이는 시청 부서가 압수수색을 당했다. 소환되는 공무원들도 중구난방이었다.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물었다. ‘새로운 수사를 하는 것이냐’. 미국 유학파 출신 특수부장이었다. 그 ‘김 부장’이 이렇게 설명했다. ‘이건 미국에서 하는 감사원식 수사다.’ ▶기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감사원식 수사 적용’이라고 쓴 언론도 있었다. 1990년대 검찰과 언론이 그랬다. 별건 수사(別件搜査)를 아무렇지 않게 했다. 그저 특수수사의 중요한 기법으로 여겼다. 결국, A 시장의 측근이 진술했다. ‘업체에서 돈을 받아 시장에 전달했다’. A 시장은 구속됐다. 수감생활을 하던 A 시장에게 법원이 판결했다. ‘무죄’. 전달자로 지목했던 측근은 자살했다고 알려졌다. 비극적 결론이다. ▶조국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야권이 연일 비난한다. 서울고등법원에서의 국감은 ‘조국 동생 국감’을 방불케 했다. ‘영장 발부 기준을 밝히라’는 등의 공격을 이어갔다. ‘영장 담당 판사를 출석시키라’는 요구도 나왔다. 야당은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시각이 있다. 판사가 이 사건을 ‘별건 수사’로 봤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웅동학원 교사 채용비리는 조국 사태와 어울리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말한다. ▶이런 별건 수사가 ‘조국 검찰개혁안’에 등장했다. 다른 건 다 익숙하다. 반부패수사부 신설도 알려진 구상이다. 심야 수사 제한도 지겹도록 듣던 제도다. 하지만 별건 수사 제한은 다르다. 본건 수사와 다른 별건 수사를 엄격히 제한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명문의 규정을 신설하겠다고도 한다. 피의자들에게 주는 여유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심문은 본건과 무관한 수사이니 답변 않겠다’는 항변을 가능하게 터 주는 것이다. ▶A 시장 사건부터 몇 해 뒤, 그 ‘김 부장’이 다시 수원지검에 왔다. 차장검사로 부임했다. 소주잔을 기울이던 중 그때의 얘기를 했다. ‘감사원식 수사? 미국에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냥 한 말이지’. 웃어넘겼지만, 그 찜찜함은 오래갔다. 죄 없는 시장을 열 달간 수감했던 사건, 허위 진술했던 제3자가 죽음을 선택 한 사건… 그 비극의 시작에 별건 수사가 있었다. 억지로 짜낸 먼지떨이식 수사…. 이제라도 별건 수사는 제한되는 게 맞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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