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제사건 해결 DNA법 개정, 국회 시간 놓치면 안된다

희대의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한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DNA 시료 채취가 내년부터 어려워질 위기에 처했다.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이 헌재 결정으로 올해 말 효력을 상실하는 가운데 국회의 개정법 처리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DNA법은 범죄 수사와 예방을 위해 강력범죄 수감자나 구속피의자 등의 DNA를 채취해 보관할 수 있게 했다. 당사자 동의나 법원 영장으로 채취할 수 있으며, 수집된 DNA 정보는 대검 수형자 DNA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돼 수사에 활용된다. 8세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2010년 7월부터 시행됐다.

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DNA법이 실시된 이후 올해 7월까지 수형인 등 17만6천960명의 DNA 시료를 채취했다. 폭력범이 7만1천485명으로 가장 많고, 강간ㆍ추행범(2만9천101명), 절도ㆍ강도범(2만4천43명), 마약사범(1만4천359명) 등이 뒤를 이었다. 채취된 DNA를 통한 미제사건 해결은 2010년 33건에서 2016년 7천583건으로 약 230배 늘었다.

문제는 올해 말까지 DNA법 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내년부터 DNA 채취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앞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조원들이 DNA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영장 절차 조항인 제8조에 대해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DNA 채취 자체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수사나 범죄예방 효과 등을 고려하면 개인 신체의 자유 제한 정도가 공익에 비해 작다고 봤다. 다만 영장 발부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견 진술이나 불복 절차를 두지 않은 건 재판청구권 침해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바로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발생할 법적 공백을 고려해 오는 12월31일까지 관련 조항을 개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법 개정 논의가 안되고 있다. 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지난해 10월 영장 단계에서 대상자의 구두·서면 의견 진술 기회를 제공하고, 영장 발부 후 적부심사 청구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고, 같은당 권미혁 의원이 12월 채취 대상자가 판사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는 취지의 개정안을 냈지만 진척이 없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본인 동의가 없는 한 사실상 DNA 채취가 불가능하다. 여야가 ‘조국 대전’에 이어 패스트트랙 법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DNA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계류된 채 처리가 불투명하다. DNA 채취는 미제사건 해결과 범죄 예방이라는 순기능이 있다. 인권침해 소지 부분을 입법 보완해 미제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끊기지 않도록 국회는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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