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공해 차량이요” 한마디면 너도나도 주차비 50% 할인

도내 무인공영주차장 관리 허술
별다른 확인 절차없이 요금감면

▲ 광교카페거리 공영주차장
▲ 광교카페거리 공영주차장

 

“저공해 차량이요.”, “네 50% 할인됐습니다.”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의 한 공영주차장. 수원도시공사에서 운영하는 이곳에서 휘발유 차량을 타고 ‘저공해 차량’ 할인을 받았다. 방법은 간단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공영주차장 출구에서 알림 벨을 누른 후 인터폰을 받은 직원에게 “저공해 차량”이라는 한마디를 외치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요금 50%를 할인해줬다. 직원이 주차장에 와서 저공해 차량인지를 확인한다든지, CCTV를 통해 저공해 스티커를 보여달라는 등 확인 절차는 일절 없었다. 그저 “저공해 차량”이라는 한마디에 할인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같은 ‘누구나 할인’은 고양시와 의왕시 내 공영주차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도 내 시ㆍ군 도시공사에서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의 요금 감면 체계가 일체 확인도 없이 허술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화 시스템에 따라 무인으로 운영되는 공영주차장 특성상 일일이 차량을 확인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21일 경기도와 일선 시ㆍ군에 따르면 도와 각 지자체는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에 따라 저공해 자동차를 대상, 50~60% 주차 요금을 할인해주고 있다. 저공해 자동차는 대기오염 배출이 없거나 일반 자동차보다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를 뜻한다.

▲ 왕송호수 공영주차장
▲ 왕송호수 공영주차장

 

그러나 저공해 자동차로 인증받지 않은 일반 차량 운전자도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저공해 차량’ 요금 할인이 적용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의왕 왕송호수 공영주차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저공해 차량 할인이 말 한마디로 이렇게 쉽게 적용되는 걸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지금까지 정상 금액을 다 주고 주차장을 이용한 내가 바보가 된 것 같다”고 분개했다.

이에 수원도시공사 관계자는 “무인 주차장에서 할인 요청 시 저공해 차량 확인이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며 “현재 주차 관제시스템 업체 콜센터에 위탁해 요금 정산을 받고 있는데, 업체가 전국을 대상으로 해서 이런 허점이 발생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실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고양도시공사 관계자는 “도시공사에서 주차장 관리를 도맡고 있는데 현재 인력으로는 관리ㆍ감독할 여력이 안 된다”고 밝혔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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