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감사합니다! 너희들 때문에 한국어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인도네시안 ‘아미’), “저는 중국 팬입니다. 강다니엘이 한국어를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 공부하겠습니다” 올해 573돌 한글날을 맞아 SNS 트위터에는 한글 손글씨 인증사진이 수천건 올라왔다. 방탄소년단과 강다니엘 등 외국에서도 인기 많은 아이돌 팬들이 한글날을 기념해 ‘한글 쓰기 인증 릴레이’를 펼친 것이다. 삐뚤빼뚤한 손글씨는 철자법이 틀리기도 하고 어법을 어기기도 했지만 한글 사랑은 지극했다. 케이팝이 이끄는 한류 열풍 덕에 세계 곳곳에서 기념하는 한글날이 됐다.
한글을 바르게 쓰고 확산시키는데 앞장서야 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외래어ㆍ외국어를 오남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이나 사업 이름에 외국어, 국적 불명의 외래어, 신조어를 마구 써댔다. 우상호 국회의원이 한글문화연대와 1~8월 정부부처 보도자료를 살펴본 결과, 자료 한 건마다 평균 6회 외국어를 썼다. 외국어를 가장 많이 남용한 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로 보도자료 한 건당 평균 19.6회였다. 지자체도 보도자료 한 건당 2개꼴로 외국어를 썼다. 가장 많이 사용한 기관은 서울시(692개), 대구시 및 경남(462개), 경기도(431개), 부산시(396개) 순이었다.
경기도의회가 최근 경기도와 공공기관의 각종 문서를 살펴본 결과, 역시 외래어와 신조어를 남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커톤 캠프’ ‘청년 플리마켓 버스킹 토크 콘서트’ ‘청년비서관 노(NO)스펙(SPEC) 전형’ 등 부지기수로 선뜻 이해가 어려운 것들도 있다. 경기도 자치단체 31곳 중 10여곳은 도시 상징에 외국어를 섞어 쓰고 있다. 과천시(I AM 과천), 광주시(Clean Gwangju), 군포시(O₂Gunpo), 동두천시(Do Dream 동두천), 부천시(Fantasia 부천), 수원시(휴먼시티 수원), 의왕시(Yes! 의왕), 연천군(HI♡연천) 등이다.
도의회는 2014년 ‘경기도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를 제정, 경기도 및 공공기관 공문서는 일상생활에 널리 쓰이는 국어를 사용하고 무분별한 외래어와 외국어, 신조어 사용을 피하도록 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외국어ㆍ외래어 남발은 ‘한글 사랑’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한글날 기념사에서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줄이고 전문용어도 쉬운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한글을 갈고 닦는 일은 나라의 힘을 키우는 일이다. 일제강점기 목숨 걸고 우리말 연구를 한 조선어연구회는 우리말큰사전 말머리에 “말은 사람의 특징이요, 겨레의 보람이요, 문화의 표상”이라고 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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