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52시간制 시행 전에도 해체 많았다 / 운동부 200개 해체, 적법성 조사해야

5년간 200여 개 운동부가 해체된 이유가 궁금하다. 가장 표면적으로 얘기되는 것은 주 52시간제 시행이다. 지도자의 훈련 시간에 제약이 따르고, 대회 출전 기간에도 법이 적용된다. 임시지도 교사를 참여시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강의를 맡고 있을 경우 기존 수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주 52시간제 폐단이 학교 현장에도 영향을 주는 건 맞는 듯하다. 그러나 이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한 것은 문재인 정부다.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 2018년 7월1일부터 시행됐다. 학교가 이 기준에 해당된다고 해석하면 역시 그때부터다. 학교 운동부 무더기 해체는 그 이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2015년 13개, 2016년 38개, 2017년 53개가 없어졌다. 제도 시행 이후인 2018년에는 48개, 2019년에는 43개다. 주 52시간제만을 원인으로 단정하기엔 어폐가 있다.

그래서 궁금해지는 것이 다른 사유다. 그리고 그 추진 절차의 적법성이다. 도의회가 학교 체육 비리감사 소위원회를 열었다. 여기서 학교 측의 해체 유도 주장이 제기됐다. 어떤 중학교는 학부모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학교 측이 지속적으로 해체 분위기를 조성해 선수와 지도자가 압박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도자가 그만두려 하자 이유를 ‘개인 사유’로 쓰라고 종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한두 학교가 아니다.

‘자연스런 선수감소’라는 학교 측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운동부 해체로 경기도를 떠난 학생 선수는 최근 3년만 해도 500여명이다. ‘선수감소’가 맞으려면 기존 선수들이 공부 등 다른 진로를 선택해 학교생활을 계속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다른 지역으로 갔다. 해외로 간 경우도 있다.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 떠난 것이다. 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은 반영됐을까. 반대 의견으로 표기는 돼 있을까. 그 서류들을 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 갖게 되는 추론이 있다. 타지로 떠나지 않은 선수들은 스스로 운동을 포기했는지 여부다. 운동부 해체로 어쩔 수 없이 포기한 학생이 없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대단히 중요한 선택권 침해다. 학교가 학생의 미래를 강제로 바꿔버린 것이다.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추적하고 있는 경기도의회 황대호 의원도 말했다.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도 교육청 방침이 맞느냐.” 그 ‘단 한 명’에 못 들어간 학생선수가 수천 명이다.

경기도 교육청은 몰랐다고 한다. 이제서야 ‘명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해 그에 맞는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다. 한두 곳도 아니고 200여 곳이다. 한두 명도 아니고 500명과 그 이상이다. 이걸 모를 수 있었을까. 지금이라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학교 측의 부당한 해체 강요 여부, 교육청의 방조 또는 묵인 여부가 모두 조사돼야 한다. 그 조사의 시작은 학생 선수, 학부모, 지도자들의 해체 반대 의견 반영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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