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 6m 길이 그물망 수백개 설치
불법 어획 기승… 수생태계 교란 우려
수자원公 “지자체와 협력 행정대집행
최근 시화호에 ‘불법 칠게ㆍ망둥이 잡이’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갯벌 속에서 구멍을 파 이동하면서 갯벌이 썩지 않도록 공기를 순환시키고 유기물을 잡아먹는 저서생물(해저면에 서식하는 생물)인 칠게를 마구잡이로 포획해 수생태계 교란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29일 오후 찾은 화성시 송산면의 시화호 형도 인근 갯벌. 이곳에는 약 6m 길이의 그물망 수백 개가 설치돼 있었다. 이 그물망은 일명 ‘지네그물’이라 불리며 칠게와 망둥이 등이 밀물 때 그물망 옆에 난 구멍으로 들어오면 썰물 때 나갈 수 없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 같은 지네그물은 시화호 형도 인근 5~6㎞ 거리 내 갯벌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돼 칠게와 망둥이 등을 잡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시화호는 지난 1987년 한국수자원공사가 방조제 및 매립 공사 등을 추진하면서 기존에 해당 지역에서 어업에 종사하던 어민들에게 ‘어장 완전 소멸 및 전면 조업 제한’을 전제로 보상을 진행, 어획이 폐쇄된 수역이다. 이에 따라 시화호 안에서의 모든 어업행위는 불법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시화호 환경감시단 관계자는 “약 2주 전부터 형도 인근 갯벌에 칠게와 망둥이 등을 잡기 위한 지네그물 수백 개가 설치됐다”며 “본격적인 겨울을 앞두고 다른 어류와 조개류 등의 포획이 감소하면서 시화호에서 칠게와 망둥이를 싹쓸이 포획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불법 어획을 막고자 시화호 내수면으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를 철문과 울타리 등으로 차단했지만, 불법 어획을 하는 사람들은 울타리를 넘거나 썰물 때는 갯벌로 걸어들어와 어획을 일삼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시화호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 어획에 대해 수생태계 교란을 우려하고 있다.
홍재상 인하대 해양과학과 명예교수는 “시화호는 과거 오ㆍ폐수가 넘치는 ‘죽음의 호수’라고 불렸으나 지난 2004년 조력발전소 건설을 통한 해수(海水) 유통이 이뤄지면서 지금의 수질로 정화됐다”며 “갯벌이 썩지 않도록 숨구멍을 만드는 칠게는 철새의 먹이로 생태계 먹이사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불법 어획으로 개체 수가 감소하면 어렵게 복원한 시화호의 수생태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시화사업본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시화호 인근 지역 내 어민이 아닌 타지역에서 온 외부인들이 불법 어획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불법 어획에 대한 단속 권한을 가진 평택해양경찰서와 안산시 및 화성시 등 지자체 등과 협력해 행정대집행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구재원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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