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들아. 영원히 영원히 사랑하는 아들과 딸들아….”
20년 전 인천 중구 인현동의 한 지하 노래방에서 시작한 불로 아들을 잃은 오덕수씨(62)가 울먹이며 추모시를 읽어 내려간다. 추모제에 참석한 다른 유가족들은 추모시를 듣다 결국 슬픔을 참지 못 하고 눈물을 흘린다.
30일 인천 중구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인현동 화재 참사 추모비에서 열린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제’에는 당시 참사로 자식을 잃은 유가족으로 가득했다. 한 유가족은 추모제 시작 전부터 추모제 한 켠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불량한 청소년을 자식으로 뒀다는 사회의 낙인찍기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입을 모았다. 딸을 잃은 김윤신씨는 “우리는 ‘불량 청소년’으로 낙인 찍힌 아이들의 명예회복을 원했다”며 “아이들이 술을 마신 것은 맞지만, 당시 청소년이 모일 수 있는 문화 자체가 없었던 인천 사회도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현동 화재 참사는 지난 1999년 10월 30일 지하 노래방에서 난 불이 2층 호프집으로 번져 대형 참사로 이어진 사고다. 당시 돈을 내고 가라며 문을 잠근 업주 탓에 많은 청소년이 희생당했다. 특히 이 호프집의 불법 영업과, 업주에게 뇌물을 받은 경찰과 공무원이 형사처벌 받는 등 사회 구조적 문제도 드러났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손호영 동산고등학교 학생회장(18)은 “당시 청소년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던 상황을 보지 않고 호프집에 있었다는 이유로 희생자를 매도한 것이 안타깝다”며 “앞으로 청소년의 문화공간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인현동 화재 참사는 어른들의 부도덕성과 사회가 묵인한 적폐가 아이들을 희생시킨 안타까운 사고”라며 “인천시교육청은 이 참사를 기억함으로써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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