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동시대인들의 이야기를 동시대의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준다. 지난달 31일 오산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내린 경기도립극단의 <태양을 향해>(연출 남궁련, 작 위기훈)는 이런 연극의 본질을 충실히 보여줬다. 현실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작은 위로도 건넸다. ‘당신만 힘든 게 아니다, 많은 이들이 상처를 안고 있고 또 이렇게 극복해 나간다’라고.
경기도립극단의 2019 정신건강프로젝트 <태양을 향해>가 7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올해 4월 12일 안산을 시작으로 지난달 31일 오산까지 도내 15곳에서 도민들을 만나 왔다. 올해로 9회를 맞은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와의 협업 프로젝트로 경기도립극단은 그동안 웃음, 감동,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공연을 선보였다.
<태양을 향해>는 알코올 중독을 소재로 이야기하지만, 결국 저마다 상처와 고민을 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다. 치료 센터에 모인 환자들의 이야기에서는 자식을 어렵게 키우고 남편까지 건사했으나 결국 혼자가 된 나이 든 할머니, 잘나가는 직장인이었지만 후배들에 치여 퇴사하고 사업하는 족족 망한 50대 어느 아저씨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삶이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11명의 배우들은 마지막 공연의 아쉬움을 털어내듯 열정적이었다. 무거운 소재이지만, 연극은 재치 있는 대사와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연기로 리듬을 만들어냈다. 저마다 사연을 가졌을 관객들 역시 무대 위 배우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노래와 스크린을 활용한 영상이 어우러진 음악극이란 점도 80여 분을 지루할 틈 없이 극에 몰입하게 했다. 그 막이 내리고 불 꺼진 무대가 관객에게 물었다. “태양을 등지고 그림자를 따라갈 것인가, 태양을 향해 갈 것인가.”
공연은 정신건강의 중요성과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새로운 인식의 장을 열고자 마련됐다. 불 켜진 오산문화예술회관 대극장 좌석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공연 취지에 맞게 기관에 다니는 어르신들과 장애인, 청소년 등을 비롯해 일반 시민까지 관람객이 다양했다. 도민과 함께하는 문화예술단체 경기도립극단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더 많은 도민이 <태양을 향해>와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은 것도 배우들의 열연, 완성도 있는 작품, 뜨거운 관객의 반응 등 삼박자가 어우러졌기 때문일 테다.
경기도립극단은 올해까지 9년간 ‘G-mind 정신건강연극제’를 통해 도내 211곳과 서울, 강원, 부산 등에서 8만여 명에 가까운 관객에게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공연으로 말해왔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취지의 공연을 더 많은 도민에게 선보여주길, 그들의 역량을 무대에서 마음껏 발휘해 주길 바라본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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