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청소년 무면허 운전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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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새벽 울산에서 중학생이 몰던 승용차가 도로 옆 가드레일 등을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다. 차에 탄 남녀 중학생 5명 중 2명이 숨지고 나머지 3명도 중경상을 입었다. 운전 미숙으로 차를 제어하지 못해 갓길로 돌진하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 지난해 6월에는 안성에서 고등학생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도로변 건물을 들이받아 10대 4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모두 남녀 중고생이었다. 올해 3월에는 강릉에서 10대 남녀 5명이 탄 승용차가 바다에 추락해 모두 목숨을 잃은 일도 있었다.

청소년들이 무면허 운전을 하다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차량을 몰래 훔쳐 몰다가 뺑소니 사고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지인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차를 빌렸다가 참변을 당한 경우가 많다. 렌터카 업체 등에서 본인 확인을 좀 더 철저히 했다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사고가 상당수여서 어른들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청소년 무면허 사고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천578건에 달한다. 이에 따른 사망자 수는 135명, 부상자는 7천655명이나 된다. 연평균 1천건에 육박하는 청소년 무면허 운전 사고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소수의 일탈 행위로 치부해선 안된다. 청소년들의 운전 욕구를 비정상적으로 여겨서도 안된다. 청소년들은 호기심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자동차와 운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들이 현실적으로 운전을 배울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전면허 취득은 만 18세 이후에야 가능하다.

청소년들의 무면허 사고를 줄이려면 자동차가 순식간에 무서운 흉기로 돌변할 수 있으며, 면허없이 운전석에 앉는 건 자신뿐 아니라 남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중대 범죄라는 사실을 일깨워줘야 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로 하는 운전이 아주 잠깐이라도 돌이킬 수 없는 참극을 빚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와함께 면허취득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등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고등학생이 되면 운전 욕구가 한창 커지는데 무조건 못하게 하기 보다 운전하는 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 무면허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는 면허취득 가능 연령이 우리보다 낮다. 우리도 면허시험 응시 연령을 16세나 17세로 낮춰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있고,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비슷한 청원이 종종 올라온다. 청소년들의 무면허 운전은 무조건 막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보다 현실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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