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지난달 31일 야심적인 광역교통 대책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지난 목요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2030년까지 대도시권 광역철도망을 2배로 확충하고 수도권-서울 출퇴근 통행시간을 30분대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광역교통 2030 비전’을 제시했다.
정부는 GTX D 노선, 트램-트레인, 대심도 지하도로 등을 통해 하루 통행량 4천만 명의 수도권 교통대란을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상습 정체 구간의 복층화, 제2 외곽순환선 조기 완공, 지하철 3호선(대화∼운정)·9호선(강일∼미사) 연장 계획도 포함했다.
정부의 발표대로 이런 수도권 교통비전이 현실화되면, 앞으로 10년 후 수도권 주요 거점과 서울 도심을 왕래하는 주민들은 출퇴근시간이 30분 시대로 단축되면서 삶의 질도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또한 도시 과밀화를 해소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는 항상 교통지옥에 살고 있는 수도권 주민으로서는 고무적인 정책이 아닐 수 없으며,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런 야심찬 ‘광역교통 2030 비전’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수도권 주민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GTX 교통망 건설문제만해도 언제 완성될 수 있을지 모르는 실정이다. 현재 GTX는 A·B·C 3개 노선이 추진 중에 있지만, 사업 진행 속도가 너무 느려 주민들은 답답하다.
가장 빠른 A노선인 삼성~운정 GTX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지 4년 만인 2018년 말에 겨우 착공식을 했지만, 그러나 토지 보상 등 예산 배정이 늦어져 첫 삽을 뜬 것은 반년이 지난 6월 말이다. 더구나 B·C노선은 계획 발표가 된 지 각각 12년, 7년 만이 되어서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으나, 이 역시 예산, 주민 반발 등으로 과연 예정대로 진행될 지 의문이다.
따라서 현재까지 진행된 GTX A·B·C 노선의 사업 진척 과정을 보면 GTX D 노선에 대한 기대는 장밋빛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막대한 예산 확보문제이다. 기존 확정된 GTX A·B·C노선의 사업비는 각각 3조~6조원으로 추정되며, 이번 비전에서 발표한 사업도 수조 원 단위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비용추계, 재원 조달 방안은 담기지 않아 과연 이 계획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산확보 대책이 없는 비전은 사실상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는 공연히 수도권 주민을 들뜨게 하는 실효성 없는 비전보다는 기존 계획된 GTX A·B·C 조기 건설에 주력하면서 GTX D 등 후속 비전은 구체적인 예산대책과 함께 계획을 세우기 요청한다. 실효성 없는 정책은 오히려 정부 불신만 가중시킴을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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