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소주 광고 모델은 여자 연예인이다. 소주병마다 예쁜 사진이 붙어있다. 소주 소비층 상당수가 남자란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란다. 남자 연예인이 모델로 나선 적도 있다. 1971년 당대 스타였던 탤런트 노주현이 ‘진로 소주’ 모델로, 2012년 ‘강남스타일’로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싸이가 ‘참이슬’ 모델을 했다.
소주업계에서 광고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한 건 진로가 1998년 참이슬을 출시한 이후다. 진로는 당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이영애를 모델로 내세웠다. ‘산소 같은 여자’가 ‘한잔 드리고 싶어요’라는 광고 카피로 애주가들을 공략(?)하니 효과가 대단했다. 이후 박주미, 김정은, 김태희, 성유리 등이 뒤를 이었다. 그때는 청순하고 맑은 이미지의 모델을 선호했다.
트렌드가 바뀐 건 2006년 두산(현 롯데주류)이 ‘처음처럼’을 출시하며 섹시스타 이효리를 모델로 내세우면서부터다. 이효리 기용은 출시 초기 처음처럼의 인지도를 높이고, 이후 참이슬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처음처럼이 섹시 콘셉트로 재미를 보자 참이슬도 전략을 수정했다. 2006년 모델이던 남상미부터 김아중, 김민정, 하지원, 이민정 등으로 계보가 이어졌는데 모델의 몸매나 노출을 부각했다. 최근엔 다시 청순 콘셉트로 돌아간 분위기다.
몇년 전 아이유는 화제와 논란을 불렀다. 어린 여성 연예인을 앞장 세워 음주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24세 미만 연예인이 술 광고에 출연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일명 아이유법)’이 발의됐다. 이를 두고 지나친 제재라는 비판과, 음주 조장을 막기 위해선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이 맞섰다.
지금도 소주병에는 인기 여성 연예인들의 사진이 붙어있다. 활짝 웃으며 술을 권하고 있다. 술병에 연예인 사진 부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인순 국회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연예인 같은 유명인들은 아이들과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주며 소비를 조장할 수 있기에 술병에 연예인을 기용한 홍보를 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가 음주가 미화되지 않도록 술병에 연예인 사진을 부착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음주 폐해가 심각하지만 정부의 절주정책은 금연정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미온적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담배와 술은 모두 1급 발암물질로,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암ㆍ고혈압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데 술과 담배를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크다. 담뱃갑에는 흡연경고 그림으로 암 사진을 붙이는 등 금연정책이 강화되고 있지만 소주병에는 여성 연예인 사진이 붙어있는 게 현실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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