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모르는 우리의 멋 ‘조각보’

우리가 일상 속에서 순서를 정하거나 술래를 정할 때 흔히 사용하는 ‘가위바위보’에서 ‘보’가 보자기를 뜻한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요즘처럼 비닐봉투나 책가방이 없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보자기를 사용했다. 봄이 오면 겨울 이불은 보자기에 싸서 장롱에 넣어놓았고 옆집에 가져다 줄 떡도 보자기에 쌌으며, 또 서당에 글공부하러 갈 때도 보자기에 책을 쌌다. 그런데 이렇게 일상 용품으로 사용되던 보자기 중에서도 우리 조상들의 알뜰한 절약정신과 함께 예술적 감각과 개성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조각으로 된 보자기, 조각보다. 재봉틀이 없던 시절, 바느질의 고수였던 조선 여인들은 집안 사람들의 옷을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직접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옷에 사용되고 남은 형형색색의 천 쪼가리들을 버리지 않고 정성스레 이어 붙인 것이 바로 이 조각보다.

실제로 조각보의 예술성은 세계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 교수는 조각보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감을 극찬했으며, 2014년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조각보 머플러를 둘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프랑스 고급 패션브랜드 에르메스가 한국의 보자기의 예술성에 영감을 받아 ‘보자기의 예술(L’Art Du Bojagi)’이라는 이름의 스카프를 2019 신상품으로 출시해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한국 문화유산 보존 작업에 지원하고 있다.

조각보의 탁월한 예술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각보를 바라보다가 누군가의 그림이 문득 떠올랐을 것이다. 바로 20세기 추상파 거장 화가 몬드리안이다. 조선 여인들의 디자인 감각이 시대를 초월한 것일까? 실제로도 조각보를 접한 많은 사람들은 몬드리안의 그림의 구도와 디자인이 조각보와 비슷하다고 말한다는데 독일 린덴 국립민속박물관 관장 피터 틸레는 자신의 저서 ‘직물 회화’에서 한국의 조각보는 꿈에서 본 듯한 아름다움을 지녔으며, 제작 기법은 마치 몬드리안이나 파울 클레를 연상시킨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오늘날 세계화 시대에서 많은 나라들은 각자의 개성을 살린 국가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혹시 전통문화의 우수성은 보지 못한 채 다른 나라의 문화와 예술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따라하려고만 하지는 않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 보아야 할 때다. 이제는 흔한 말이 돼 버렸지만 가장 한국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우리의 시선 밖으로 사라져 가는 우리 고유의 멋에 관심과 애정을 주어야 겠다.

장진 성남 판곡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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