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2배 부과 등 도로교통법 강화했지만 화재 안전불감증 ‘심각’
일부는 표시 안된 곳도… 소방 관계자 “유관기관 협력 단속 늘릴 것”
“소방시설이라고 빨갛게 칠해서 눈에 띄게 하면 뭐합니까? 주차할 사람 다 하는데”
지난 9일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인근의 한 주택가. 이곳 도로에 설치된 소방용수시설 앞에는 차량이 줄줄이 주차돼 있었다. 소방시설 양쪽 노면에는 빨간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소방시설 주ㆍ정차금지’라고 적혀 있었지만 이미 주차된 차량으로 가려진 상태였다. 만약 화재시 주차된 차량을 넘어 소방호스를 연결해야 하는데 이곳은 소방차가 통과하는 것조차 어려운 모습이었다.
정부가 1991년 화재 경각심을 높여 화재 사전 예방을 위해 제정한 ‘소방의 날’이었던 이날, 제정 취지가 무색할 만큼 도내 곳곳에선 소방시설 불법주차가 횡행하고 있었다.
같은 날 고양시 일산동구에서도 소방시설 주변에 버젓이 주정차 된 차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근 건물 지하 술집에서 일하는 A씨(51)는 “가뜩이나 가게가 좁고, 습해 화재에 취약한데 불이라도 날까 무섭다”며 “불법 주차한 차량으로 화재 시 소방시설을 제때 쓸 수 없을까봐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소방차의 긴급출동을 방해하는 불법주차 근절을 위해 ‘소방시설 적색노면 표시’ 등 단속법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경기도 내 화재 안전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는 ‘적색 표시’ 등으로 소방시설을 눈에 잘 띄도록 했으나, 3개월 흐른 지금까지도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고 있어 정책 실효성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소방청ㆍ지자체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등에 따르면 지난 8월1일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라 비상소화장치, 소방용수시설 등 소방시설이 설치된 곳으로부터 양측 5m 이내 노면은 적색으로 색칠해 눈에 잘 띄도록 표시된다. 표시된 곳에 주정차하면 기존보다 과태료가 2배 증가한 8만 원(승용차 기준)을 부과한다.
그러나 법이 시행, 적색노면 표시 사업이 3개월이 흘렀지만, 운전자들의 불법 주정차 행위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몇몇 지자체는 적색노면 표시 작업을 실시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 특별교부금이 부족해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문제가 반복 발생하는 곳 위주로 하루빨리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소방 관계자는 “지자체와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단속을 늘리도록 하겠다”며 “아울러 적색노면 표시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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