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읽어낸 고석만 PD 비망록 <나는 드라마로 시대를 기록했다>

▲ 고석만

드라마는 달콤한 사랑만을 말하지 않는다. 동시대를 기록하고, 비추고, 돌아보게 한다. <수사반장>, <제1공화국>, <제2공화국>, <야망의 25시>는 특히나 시대를 희화하고, 역사를 반추한 기록한 드라마로 꼽힌다.

스타 PD 1세대 고석만 PD가 자신의 비망록을 담은 <나는 드라마로 시대를 기록했다>(창비作)를 펴냈다. 민주주의가 억압당하던 엄혹한 시대, 저자는 드라마로 사회, 국민과 호흡했다. 언론이 통제되고 권력의 지배를 받던 시절이었지만, 저자의 가슴엔 늘 뜨거운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공영방송의 책무는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다’라는 독일 헌법재판소의 판결문. 저자는 드라마를 사회의 민 낯을 비추는 거울, 시대를 깨우는 도구로 사용했다. “그것이 내가 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 고석만 PD가 연출한 '수사반장'
▲ 고석만 PD가 연출한 '수사반장'

이 비망록은 시대 증언에 가깝다. 엄혹했던 시대, 젊은 PD의 치열한 고민이 묻어난다.

책은 저자가 대표작으로 꼽는 드라마를 만들며 당했던 제1부 수난으로 시작한다. 안기부에 끌려가 고초를 당해야 했고, 당대 재벌을 브라운관에 그대로 소환해 낸 <야망의 25시>는 조기 종영 당해야 했다. 2부 피디로 가는 길에서는 가출 청소년에서 피디가 된 과정, 조연출을 거쳐 연출가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그의 시야를 확장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집방송으로 시대와 역사를 다룬 일부터 이제 폭넓게 현시대의 문화를 다루는 2020 두바이엑스포 한국관의 자문위원장을 맡은 그가 바라본 BTS와 백남준까지. 대하드라마가 책에서 펼쳐진다.

저자가 거듭 좌절을 겪어야 했던 이유는 분명해다. 어둡고 굴절된 시대를 향해 ‘옳은 말’, ‘해야 할 말’을 했기 때문이다. “자기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위협으로 규정하는 리더는 잠재적 독재자”라는 저자의 통찰은 이러한 억압의 경험에서 나왔다.

▲ 고석만 PD 연출 '제3공화국'
▲ 고석만 PD 연출 '제3공화국'

「허구와 판타지, 소위 막장드라마와 가벼운 예능프로그램이 대세인 요즘 트렌드에서 우리 삶과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드라마는 눈에 띄지 않는다. 온통 가볍다. 이 글을 읽으며 몇몇 독자라도 ‘피디란 무엇인가?’ ‘피디는 이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잠시나마 생각하게 된다면 졸고를 책으로 엮은 부끄러움을 덜 수 있겠다.」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 대한민국으로 불리는 시대, 과연 언론은 제 구실을 하고 있을까. 연령, 성별 상관없이 쉽고 재밌게, 또 가슴 뜨겁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특히나 언론과 방송 영상 미디어분야 진출을 꿈꾸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값 1만8천원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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