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별 맞춤형 치료 ‘기대’

▲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좌),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교수(우).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조현병 발병원인에 따른 차이가 규명되면서 조현병의 발병원인 규명과 치료가 기대되고 있다.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리던 조현병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각,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서 이상을 보이는 정신질환을 의미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보통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전달체계의 문제, 도파민의 활성화(과잉), 뇌 영역 간 구조적·기능적 연결의 이상이 주 요인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현병은 도파민의 균형을 조절해주는 항정신병 약물로 치료하면서 약에 의한 불편감이나 부작용은 없는지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

이때 사용되는 항정신병 약물의 치료반응은 환자마다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치료 반응도의 차이에 따라 질환이 발생하게 된 원인 및 경과에도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조현병은 1차 항정신병 약물치료에 반응을 보이는 ‘치료 반응성 조현병’과 1차 치료제에 반응이 없어 클로자핀(clozapine) 약물에만 호전을 보이는 ‘치료 저항성 조현병’으로 나뉜다.

하지만 실제 환자에게 1차 항정신병 약물로 치료를 해보기 전에는 치료반응을 파악하기 어려워 치료 저항성 환자는 증상에 맞는 치료를 받기까지 시간이 지체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과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팀은 항정신병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특징을 조사했다. 조현병 발병원인의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MRI)과 양전자단층촬영(PET)을 이용해 조현병 환자의 전두엽 부피 및 도파민 생성 정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항정신병 약물치료에 반응도가 좋은 치료 반응성 조현병 환자의 경우에는 전두엽 부피가 표준 크기보다 작을수록 도파민 생성(활성화) 정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치료 저항성 조현병 환자에서는 이런 상관관계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 결과가 나온 배경에는 치료 반응성 환자의 전두엽 이상(부피 감소) 및 선조체 연결의 이상이 도파민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키고 과잉 생산을 유발하나 치료 저항성 환자는 이와 다른 원인으로 정신질환이 발생한다.

즉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조현병이라 할지라도 항정신병 약물의 치료 반응도에 따라 실제는 원인이 다른 조현병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김의태 교수는 “전두엽 부피의 감소와 도파민 과잉 생성이 원인인 조현병 환자는 약 70%를 차지한다. 이런 환자들은 항정신병 약물로 계속해 치료하는 것이 좋다”며 “반면 도파민 활성화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증상이 나타난 치료 저항성 환자의 치료에는 1차 항정신병 약물 보다는 클로자핀 등 다른 치료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현병 환자들은 환각, 환청, 망상과 같은 증상들을 비슷하게 보여 같은 조현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과 질환을 야기하는 원인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치료 접근법이 중요하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김 교수는 “조현병 증상을 나타나게 한 정확한 원인을 평가하고 적절한 약물을 선별하는, 결국은 환자별 맞춤형 치료의 근간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며 “임상적 진단 기준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뇌 영상 검사로 평가한 후 원인의 차이를 살피고 이에 맞는 치료제를 적용함으로써 치료의 지연을 막고 빨리 호전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논문은 정신과학 연구 최고 권위지인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최신호에 게재됐다.

성남=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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