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 어느 선거 캠프.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선거 공보에 넣을 문구 문제였다. ‘386 후보’라는 표현을 두고 시작된 토론이었다. ‘30대 나이ㆍ80년대 학번ㆍ60년대 출생’이 조건이다. 후보의 출생연도가 문제였다. 1960년생으로 꼭 40세가 되는 해였다. 후보는 ‘만으로 따지면 넣어도 된다’고 했다. 참모는 ‘허위 경력으로 문제 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공모물 귀퉁이에 게재됐다. 며칠 뒤, 그는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 4년 전에도 그랬다. 386이 화제였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김민석 의원이 등장했다. 15대 최연소였다. 그 4년 뒤인 17대도 그랬다. 노무현 탄핵 역풍이 불었다. 이른바 ‘탄돌이’의 상당수가 386이었다. 386은 이렇게 15ㆍ16ㆍ17대 선거를 지배했다. 당시 386의 다른 뜻은 젊음이었다. ‘늙은 정치 나가라’였다. 무수한 거목이 사라진 게 그때다. 경력도, 능력도 쳐주지 않았다. ▶한 번 터 잡더니 놓을 줄 몰랐다. 국회의 빗장을 걸어 잠갔다. 30대를 더는 허락하지 않았다. 17대 국회 30대 의원은 23명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급감했다. 18대(2008년) 7명ㆍ19대(2012년) 9명이었고, 20대(2016년) 3명이다. 어느덧 한국 정치의 모든 걸 독점했다. 당(黨)의 요직도 장악했다. 지금 여야의 면면이다. 권력의 핵심도 차지했다. 청와대 핵심이 그들이다. 그 사이 이름을 슬쩍 바꿨다. 나이만 바꾼 ‘586’이다. ▶그 철옹성에 구멍이 보이기 시작한다. 386 대표 주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실장이 상징이다.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했다. 김세연 한국당 의원도 선언했다. 당을 향해 ‘좀비’라는 독설까지 남겼다.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386 정치’를 주어에 올린다. 잘나가는 386들에게 마이크를 대기 시작했다. “당신은 출마 할거냐”고 묻기 시작한다. 남은 386이 난데없이 궁지에 몰렸다. ▶20여 년 전. 386은 ‘늙은 정치’를 재물 삼았다. 그때 ‘늙은 정치’의 나이가 50대, 60대였다. 지금 그들의 나이가 50대, 60대다. 이제 공격받는다. ‘88만원’ 세대가 묻고 있다. “386 선배들은 무엇을 했느냐.” 돌아보면 그때 너무 그러는 게 아니었다. 그때 쫓겨난 ‘늙은 정치’ 중에도 ‘참된 정치’가 얼마나 많았는데…. ‘젊은 정치가 잘했다’는 증명은 한국 정치사에 없다. 386들을 이런저런 추억에 젖게 하는 요즘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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