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5년간 도내 사고 4천건

보행자 배려 운전자도 10명 중 1명뿐
양보 문화 정착·속도저감시설 등 시급

경기도 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가 최근 5년간 4천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행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횡단보도가 신호등이 없는 탓에 오히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안전 사각지대’로 전락,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경기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도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4천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 55명이 숨지고 4천129명이 다쳤다. 이는 도내 전체 횡단보도 교통사고 1만 3천471건의 29.6% 수준이다. 증가율도 2014년 674건에서 지난해 880건으로 30.6%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 횡단보도 중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는 전체 4만 8천355개 중 1만 7천402개다.

보행자의 안전을 도모해야 할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이유는 경찰 매뉴얼 상 모든 횡단보도에 신호등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청 매뉴얼에 따르면 ▲번화가 등 보행자 통행이 빈번한 곳의 횡단보도 ▲차량신호등이 있는 곳의 횡단보도 ▲어린이보호구역 내 초등학교ㆍ유치원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횡단보도 등에 한정해 보행신호기를 설치하도록 정해져 있다.

이와 함께 양보하지 않는 운전 습관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신호등이 없거나, 보행신호기 없이 점멸로 운영되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횡단하려고 할 때 운전자의 대다수는 보행자를 위해 양보하지 않아서다.

실제 조사에서도 운전자 10명 중 1명만이 보행자를 위해 횡단보도 앞에서 양보하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는 최근 경기남부경찰청과 함께 수원시 내 편도 2차로 도로 2곳을 선정, ‘주행속도별 보행자의 횡단통행 안전성’ 실험을 실시한 결과 보행자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총 60회 횡단을 시도했을 때 횡단보도 앞에서 운전자가 정차해 양보한 비율은 8회(13.3%)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양보하는 운전 문화 정착, 속도저감시설 설치를 통해 사고율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민우 한국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교통안전종합대책을 보면 보행자 횡단 중 자동차가 일시정지, 양보하는 문화를 권고하고 있다”며 “많은 선진국에서도 이 같은 ‘양보하는 운전 문화’가 정착돼 있다. 하루빨리 우리나라도 이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속도저감시설과 전면 노면 도색 예고 표시, 작동 신호기 등을 설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경찰의 협조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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