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당한 20대 청년, 집요함과 기지로 조직원 붙잡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당한 20대 청년이 직접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조직원을 붙잡아 경찰에 인계했다.

24일 인천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4시께 정모씨(22)는 보이스피싱 범인이라며 한 남성을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용오파출소에 인계했다.

정씨는 지난 12일 한 대출업체에서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며 이를 위해 금융거래 실적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받았다. 마치 대출이 필요했던 정씨는 업체 측 계좌에 600만원을 입금했다.

이후 연락이 끊기자 보이스피싱임을 인지한 정씨는 조직에 여러차례 전화를 걸어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처음 정씨에게 연락한 조직원은 ‘중국으로 돈을 보내주기로 한 사람(송금책)이 잠적했다. 알아서 돈을 받으라’며 송금책의 번호를 정씨에게 알려줬다.

그와 계속해 연락을 시도하던 정씨는 ‘흥신소에서 일하고 있다’며 거짓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송금책은 ‘나도 계좌만 빌려줬을 뿐’이라며 정씨에게 피해 금액을 돌려줬다.

정씨는 조직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보이스피싱 범행을 그만두라며 항의했다.

그러자 조직에서는 오히려 정씨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정씨와 협상하기 위해 19일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국내로 입국했고, 정씨는 곧장 그를 차에 태워 파출소에 넘겼다.

정씨가 경찰에 넘긴 A씨(28)는 혐의 일부를 인정해 현재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는 보이스피싱 조직과는 아무 관계없는 일반 시민”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수사 중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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