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청거리던 ‘연말특수’ 실종… 노래방·술집 “아! 옛날이여”

불경기·회식문화 변화… 손님 발길 뚝
대부분 밥만 먹고 집으로… 사라진 2차
라이브카페·호프집 직격탄 폐업 위기
시내 번화가 인파 대신 찬바람이 점령

인천 남동구에서 10년째 노래방을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폐업을 검토하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송년회 손님들로 줄을 이었지만, 올해는 하루에 1팀을 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1주일동안 2팀이 다녀갔다”며 “2차 문화도 사라지고, 송년모임 자체를 안하는 경우가 많아 막말로 ‘망하기 1보 전’”이라고 했다.

연말 송년 모임으로 떠들석해야 할 인천 주요 상권 거리가 불경기에 송년모임 기피현상까지 겹치면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지난 25일 밤 인천 남동구 구월동 먹자골목은 지나가는 사람을 찾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거리에는 호객행위를 하기 위해 나온 상인들이 가득했지만, 사람이 없어 멍하게 서 있을 뿐이다.

구월동의 한 라이브카페로 들어서자 1테이블에 2명의 손님만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라이브카페 사장 B씨는 “그래도 오늘은 1팀이 있는게 다행”이라며 “몇 시간을 기다려도 손님이 오지 않아 일찍 문을 닫고 들어가는 날도 많다”고 했다.

부평역 인근 먹자골목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전에는 이맘때가 되면 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 걷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이날은 식당부터 술집까지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부평에서 대형 호프집을 운영하는 C씨는 “예전에는 이맘때면 송년회 예약이 줄을 이었는데, 지금은 아예 예약전화도 오지 않는다”며 “우리처럼 큰 홀을 가진 가게는 송년회 특수가 가장 중요한데, 올해는 아예 기대조차 않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는 이유로 경기 불황과 달라진 회식문화를 꼽았다.

미추홀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D씨는 “노래방 사장들끼리 종종 소통하는데, 다들 어렵다고 난리”라며 “아무래도 요즘은 1차에서 밥만 먹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단골손님들도 모두 끊긴 상태”라고 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 불황을 꼽을 수 있다”며 “달라진 놀이문화 역시 한산한 연말 분위기의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주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면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놀 필요가 없어졌다”며 “송년회도 술보다는, 건전한 문화 체험 등의 쪽으로 바뀌다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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