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트라우마 관리한다더니… 현실은 ‘하루 1건 전화 상담’

살처분·매몰에 투입 민간인 등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위탁관리
두달간 의료기관 연계사례 없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이후 살처분 작업에 동원된 ‘비(非)공무원’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 지원책이 전무하다는 지적(본보 9월24일자 3면)과 관련, 경기도가 후속 대책을 내놨지만 그마저 ‘하루 1건 전화 상담’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9월17일 파주에서 ASF가 국내 최초로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총 6천675명의 살처분ㆍ매몰 인력을 투입했다. 이 중 용역 직원 등 민간인이 5천663명(84.8%)으로 압도적이었으며, 다음으로 지자체 및 방역당국 공무원(879명ㆍ13.1%), 군경(133명ㆍ1.9%) 순이다.

이처럼 살처분 동원 인력 10명 중 8명이 민간인인 상황에서, 이들은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동안 불면증ㆍ환청ㆍ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트라우마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공직자가 정부로부터 심리 상담ㆍ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전액 지원받고,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를 통해 조기 치료에 나설 수 있는 것과 달리 민간인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에 도는 10월1일부터 민간인을 포함해 ASF 방제ㆍ살처분 작업에 투입된 모든 현장 종사자들에 대한 트라우마를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가 운영하는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위탁관리하게 한 것.

그러나 두 달가량이 지난 현 시점에서 센터가 진행한 ASF 관련 심리 상담은 총 31건(11월20일 기준)에 불과했다. 도에서 센터에 전달한 상담자 명단은 총 347건이지만 31건을 제외한 나머지 316건은 상담을 거절하거나 거부, 또는 전화 연결이 불발됐다. 휴일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하루에 한 건의 상담도 채 안되게 진행된 셈이다.

특히 센터에서 진행한 심리 상담은 ‘대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전화로만 이루어졌는데, 이때 대면 상담이 진행된 횟수는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농장이나 가정 등으로 직접 방문한 사례 역시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도는 ‘전문적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한다는 방침도 세웠지만 실제 의료기관까지 이어진 사례는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관계자는 “센터에 의뢰된 대상자 모두에게 상담을 시도했지만 31건 대상자만이 희망했고, 이들 대다수가 농장주나 용역 직원 등 민간인이었다.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며 “살처분 작업에 동원된 총 인력에 비해 상담 건수가 적어 보일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면 상담도 여건에 따라 언제든 가능하며 앞으로 더욱 철저히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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