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출신 총리.’ 또 이런 평(評)의 계절이 왔다. 총리 교체 때마다 반복된다. 역대 총리를 지역별로 나눈다. 그 수치를 대며 지역을 부각한다. 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선택의 전부가 대통령 맘이다. 이를 비집는 선전전이다. 내용을 보면 압박이다. ‘우리 지역 출신을 앉히라’는 협박이다. 논리는 화려하다. ‘영남 대통령-호남 총리론’ ‘영호남 견제 충청 총리론’…. 둘의 공통점이 있다. 정치 공학만으로 따진 셈법이다. ▶‘영남 대통령-호남 총리론’. 이 선택의 시작은 다소 뜻 밖이다. 전두환 정권이 효시다. 1982년 김상협 총리를 임명했다. 전북 부안 출신이다. 헌정 사상 첫 호남 총리다. 후임 진의종 총리도 호남이다. 전두환 정권 총리는 6명이다. 평안남도 출신이 두 명이다. 경기(남덕우)와 서울(김정렬) 출신이 1명씩이다. 숫자로는 분명 호남 우대였다. 세상이 다 아는 배경이 있다. 5ㆍ18에 분노한 호남을 껴안아 보려는 여론 무마용 선택이었다. ▶‘영호남 견제 충청 총리론’. 모든 정권에서 통했던 논리다. 특히 90년대 이후 정설처럼 됐다. 권력의 축이 영호남을 오가면서다. 김대중 정부의 김종필,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이명박 정부의 정운찬, 박근혜 정부의 이완구가 이런 논리로 선택됐다. 이들은 전두환 정권 호남 총리와 달랐다. 대부분 실질적 권한을 휘둘렀다. 대망론의 당사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충청 표가 있었다. 야당도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 선거에서 충청도가 돌아설 수 있어서다. ▶아무 쪽에도 끼지 못하는 지역이 있다. 경기도다. 경기도 출신이 총리여야 할 어떤 논리도 없다. 하다못해 수도권 배려에도 못 끼어든다. 사실상 서울만의 수도권이다. 1948년 이범석 이후 71년이다. 이낙연이 45대 총리다. 경기 출신은 4명이다. 2천년대에는 1명이다. 이한동 총리(2000~2002년)다. 이마저도 대통령의 선택이 아니다. DJP연합의 몫이었다. 그렇게 보면 이홍구 총리(1994~1995년)가 끝이다. 마지막 경기도 총리였다. ▶그래서 경기도 출신이 돼야 한다? 나라를 망치려는가. 우리에게 총리는 없었다. 진정한 행정의 책임자는 없었다. 어차피 지역과 정치로 선택됐다. 그래서 지역 총리로 놀고, 정치 총리로 놀았다. 복지부동형 허세 총리로 지냈고, 차기 대권형 정치 총리로 지냈다. 이제는-아니면 이번에 한 번만이라도-진짜 총리를 앉혀야 한다. 대통령을 보좌할 총리, 지역을 초월할 총리, 국민을 잘살게 할 총리, 그리고 대권 꿈 안 꿀 총리 말이다. 김종구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