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화에 인력난… 경기도 섬유산업 ‘악화일로’

8천700여개 업체 밀집, 전국 최대 섬유 생산거점
동남아 저가 공세에 경쟁력 약화… 적자 눈덩이
섬유패션클러스터센터 등 산업 고도화 지원 절실

전통적인 섬유도시인 대구를 제치고 전국 최대 섬유 생산거점으로 올라선 경기도의 섬유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도내 섬유기업이 경기악화와 경쟁력 약화 등으로 규모가 작아지는 영세화 현상 및 인력난을 겪으면서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통계청과 경기도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에 위치한 섬유산업체는 총 8천700여 개사로, 전국 4만 7천800여 개사의 18%에 달한다. 이는 서울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것이며, 국내 최대 섬유 산지로 인식돼 온 대구ㆍ경북보다도 큰 규모다. 편직과 염색가공 업체만 따로 보면 전국 사업체 중 50% 가량이 경기지역에 밀집한 만큼 도는 사실상 전국 최대 섬유 생산거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도의 위상이 경기 악화와 경쟁력 약화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안산 반월염색단지의 경우 해외 수출이 80% 달하지만, 최근 해외 바이어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업체별로 매년 1~3억 원씩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반월염색단지에서는 규모가 큰 업체가 망하고 작은 업체로 쪼개지는 ‘영세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1980년대 60여 개 업체로 시작했던 이 단지의 입주 업체 수는 최근 80여 개까지 늘었다. 모두 큰 공장이 망하고 그 자리에 소규모 업체들이 입주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반월염색단지의 A 업체 관계자는 “최근 우리 섬유가 동남아 등 후발국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다보니 상황이 많이 어렵다”며 “그렇다고 자체적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할 여력도 없어 탈출구가 없는 막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력난 역시 도내 섬유기업들이 겪고 있는 큰 어려움 중 하나다. 내국인의 취업 기피로 인해 외국인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이마저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46개 섬유염색업체가 밀집해 있는 포천양문산업단지의 B 업체 대표는 “사람이 없어 말도 잘 안통하는 외국인을 억지로 고용해 기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고용 연속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고용할 외국인도 없는 실정”이라며 “사람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섬유기업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섬유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산업 고도화를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반월염색단지협동조합 관계자는 “쓰러져가는 섬유 산업을 일으키려면 기술 개발을 이끌 ‘섬유패션클러스터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쓰러져가는 섬유 산업이 재도약 기반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경기도 역시 섬유산업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인식해 단위 산업으로는 가장 많은 지원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며 “다양한 지원 사업 통해서 섬유업계를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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