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 경찰, 부적절 출장 수당 수두룩 / 조사하고, 문책하고, 대책 내야 한다

경기 경찰의 출장 수당 지급 실상이 공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에서 5년간 지급한 수당은 88만4천건이다. 액수는 58억원이다. 경기북부경찰청은 개청 이듬해인 2017년부터 계산했다. 2년 8개월 동안 20만2천 건, 액수는 24억3천만원이다. 남ㆍ북부청을 합해 한 해 출장 회수가 27만8천건이다. 소속 경찰은 2만3천58명이다. 횟수로 보나, 액수로 보나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출장이 이렇게 많을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 의심이 전혀 근거 없지 않았다. 국회 이진복 의원실이 자료를 배포했다. 경기 경찰의 출장 사유를 분석했다. 도대체가 말도 안 되는 출장 사유가 수두룩하다. ‘요가 수업’을 들었다고 받아 간 수당이 있다. ‘은행업무 처리’를 이유로 받아 간 수당도 있다. 실소를 금할 수 없는 황당한 사유도 있다. ‘청장 배 축구 대회 연습’, ‘지구대 도보 순찰’, ‘오찬기도회’ 또는 ‘법회 참석’ 등이다. 도대체 이게 복지 수당인지 출장 수당인지 헷갈린다.

출장 수당의 근거는 공무원 여비 규정 18조에 정해져 있다. 출장 여행이 4시간 이상이면 2만원, 4시간 미만이면 1만원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위 사례의 어디를 봐도 규정 속 ‘출장 여행’은 아니다.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더 심하게 말하면 범죄행위다. 출장비를 수령하려고 본인이 허위 사유를 적어 냈을 것이다. 허위 공문서 작성이다. 사유가 출장에 해당하는지 책임자ㆍ책임 부서는 감독했어야 했다. 하지 않았으니 직무유기다.

자료에 대해 경찰 관계자가 해명했다. “그간의 부적절한 출장에 대해 면밀히 살펴 문제를 개선하겠다.” 실망스럽다. 수십만 건, 수십억 원 속에 과오를 지나간 과거처럼 말하고 있다. ‘부적절한 출장’이라며 비법률적 표현으로 덮고 가려는 듯하다. 허위 출장 서류를 작성했고, 부당하게 국고를 타냈고, 이를 지도 감독할 책임을 위반했다. 무엇보다 수사를 하는 경찰에서 일어난 일이다. 정확한 실태 조사에 나서겠다고 해야 순서 아닌가.

혹시, 고생하는 경찰인데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넘어가선 안 된다. 지금도 차가운 날씨 속에 사건 현장을 누비는 경찰들이 있다. 퇴근길 한파 속 도로 복판에서 시민 생명을 지키는 경찰들도 있다. 내 돈 들여가며 참고인 만나 사건을 풀어보려는 경찰들도 있다. 이런 경찰들이 따뜻한 사무실에 앉아 ‘요가 수업’ ‘축구 연습’ ‘기도회 참석’ 써내고 수당 타 먹은 경찰들에 뭐라 하겠나.

참고 하기 바란다. 2007년 수원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공무원들이 초과 근무수당 333억원을 챙겼다. 8시에 퇴근하고도 ‘11시까지 근무’로 속였다. 처음엔 ‘관행’이라며 대단찮게 여겼다. ‘업무 연장’이라며 두둔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국민의 공분을 샀다. ‘수원시 공무원 도둑○들’이라는 욕설이 넘쳤다. 뒤늦게 시간 외 수당 삭감하고, 장비 새로 들여오며 참회의 시간을 보냈다. 그때까지 수년 걸렸다. 생생하게 남아 있는 교훈이다.

경기 경찰은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실태 조사하고, 책임자 문책하고, 대책 마련하고, 새롭게 가야 하지 않겠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