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등 관련 예산도 없어 “권리 배제 명백한 차별” 비판
인천시의회와 군·구의회 10곳 중 본회의 방송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을 하는 의회는 고작 2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상임위원회 회의 방송에서 수어 통역을 하는 인천의 지방의회는 단 1곳도 없어 청각장애인의 의정·시정·구정 참여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시의회와 군·구의회 10곳 등에 따르면 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본회의와 상임위 회의를 내·외부에 방송으로 내보내고 있다. 이 중 시의회 등 일부 의회는 인터넷에 전체 회의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의회 중 본회의에서 수어 통역을 하는 의회는 시의회와 연수구의회 등 2곳에 불과하다. 상임위나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수어 통역을 하는 곳은 전혀 없다. 남동구의회는 2020년부터 수어 통역을 도입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본회의에만 도입할 예정이다.
이들 의회는 그동안 청각장애인들의 요청 등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상임위 회의 방송 등에 수어 통역 도입을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연히 수어통역사 인건비 등의 관련 예산도 확보하지 않고 있다.
특히 본회의와 상임위 회의의 자막 방송은 남동구의회가 유일하다.
이처럼 의회가 수어 통역과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청각장애인의 참정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회의와 상임위에서는 시·군·구에서 추진하는 각종 정책의 예산과 조례를 심의하고 의결하는 등 모든 정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아울러 장애인에 대한 조례나 정책 등을 직접 다루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많은 의회가 수어 통역과 자막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기에 청각장애인이 의회 논의 과정 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국회는 본회의와 상임위 영상에 대해 수어 통역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청각장애인의 언어라는 점에서 의회들이 청각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016년 만들어진 한국수화언어법은 언어의 차별을 없애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행사 등 필요 시에 수어 통역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정해놓고 있다.
장종인 인천장애인 차별 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청각장애인은 시의회나 군·구의회 회의 내용을 파악할 권리가 있고, 이는 참정권과도 연결된 문제”라며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부문에서 청각장애인의 권리를 배제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의회는 물론, 군·구의회 모두 인천의 2만500여명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어 통역 및 자막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구의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관련 민원 등이 없어 내부적으로 논의했던 적은 없지만, 청각장애인의 의정 참여 등을 위해 수어 통역이나 자막서비스 도입 등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본회의에서는 수어 통역을 하고 있지만, 6개나 되는 상임위에서 수어 통역을 하기에는 예산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했다.
안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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