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장사하기 어려운데 미세먼지까지 안 도와주네요.”
11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남로 모래내시장.
최악의 미세먼지가 인천 전역을 뒤덮으면서 시장 안은 저녁 시간대로 착각할 정도로 어둑어둑하다.
안개가 낀 듯 희뿌연 미세먼지에 시야는 흐릿하다.
장사를 준비하는 상인과 시장을 찾은 시민, 너 나 할 것 없이 얼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시장 안 정육점 상인은 돼지고기 등이 담긴 육류냉장고에 쌓인 먼지를 닦는데 여념이 없다.
과일·채소 매장 상인도 밖에 내놓은 사과와 배 등을 물로 적신 수건으로 닦아내느라 진을 뺀다.
상인들이 미세먼지와 씨름하는 사이 둘러본 시장은 손님이 10여명 남짓에 불과해 썰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판매대가 야외에 있는 전통시장 특성상 상인들은 채소·과일·육류 등 신선식품 위생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날 오전 인천은 초미세먼지(대기 중 입자 크기 2.5㎛ 이하)가 ‘매우 나쁨’ 수준까지 치솟았다.
채소 매장을 운영하는 김영주씨(62)는 “최근 며칠간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평소보다 오전 손님이 체감상 절반으로 줄었다”며 “손님들이 위생에 민감하기 때문에 채소 등을 물로 계속 씻어서 청결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서장열 모래내시장 상인회장은 “날씨도 추워지고, 미세먼지도 심해 시장 상인들 매출이 전반적으로 20~30% 감소했다”며 “연말을 맞아 커플데이 이벤트와 포토존 행사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분들이 시장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미추홀구 인하로 신기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모래내시장과 달리 시장을 감싸는 지붕이 있어 상대적으로 사정은 낫지만, 최악의 미세먼지를 피하긴 어려웠다.
신기시장 중심 150여m 거리에는 장을 보러 나온 시민이 3~4명 밖에 없다.
튀김 등을 야외 판매대에서 파는 상인들은 투명한 유리막으로 음식을 감싸는 등 위생관리에 분주하다.
신기시장 상인 정은예씨(57)는 “음식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이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인천 지역 대형마트는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여 대조를 이뤘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탓에 홈플러스 구월점과 이마트 트레이더스 송림점은 오전부터 고객으로 붐볐다.
제과 등 ‘1+1 이벤트’ 판매대에는 손님 수십여명이 몰렸고, 계산대에는 장바구니를 가득 매운 손님 2~3명이 줄지어 대기했다.
이들 대형마트는 연말을 맞아 돼지·소고기 등 신선식품 할인과 1+1 이벤트 등 대대적인 특가 행사로 고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홍종진 인천시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인천e음 카드 등을 더 홍보해 지역 상권을 살려야 한다”며 “전통시장은 각 시장의 특색을 살려 고객을 끌어올 수 있는 차별화한 전략을 만들어야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고 했다.
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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