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8차사건 '조작'이냐 '오류'냐 검·경 갈등 심화

검찰 발표→경찰 브리핑→검찰 반박→경찰 재반박
경찰 "테스트용 아닌 현장서 발견한 체모"…검찰 "재심 의견서로 말하겠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조작 여부를 두고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 17일 오전 8차 사건 당시 국과수 감정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 '오류'가 있었을 뿐이라는 브리핑에 대해 검찰이 당일 오후 "경찰의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자 18일 다시 취재진 설명회를 열어 재반박에 나섰다.

반기수 수사본부장은 "검찰은 당시 국과수가 원자력연구원 보고서상 'STANDARD'(표준 시료)는 분석기기의 정확성을 측정하기 위한 테스트용 표준 시료이고, 재심 청구인인 윤모씨(52) 감정서에만 이를 사용하는 수법으로 감정서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TANDARD'는 테스트용 모발이 아닌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가 맞다는 것이다.

반 본부장은 "당시 보고서를 작성한 원자력연구원 A박사는 '테스트용이라면 옆에 인증 방법, 인증값, 상대오차 등의 기재돼 있어야 하는데 이런 표기가 없다'고 답변했다"며 "스탠다드라는 용어는 국과수가 신뢰도 확인을 위해 보낸 시료명을 그대로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자력연구원이 분석한 시료의 양이 0.467㎎인 점을 볼 때 테스트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통상 테스트용이라면 1㎎, 10㎎ 등 정형화된 수치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앞서 수사본부는 전날 8차 사건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에 대한 원자력연구원의 1∼5차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체모 등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기법) 결과와 국과수 감정 내용 등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당시 국과수 감정인이 원자력연구원의 시료 분석 결괏값을 인위적으로 조합·첨삭·가공·배제해 감정상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시 국과수의 감정에 '조작'이 있었다는 지난 12일 검찰 발표에 대한 경찰의 우회적인 반박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검찰은 경찰의 브리핑 이후 반박 자료를 내고 "원자력연구원의 2∼5차 분석에 쓰인 체모는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전 장비의 정확성을 측정하기 위한 'STANDARD' 표준 시료일 뿐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가 아니다"고 맞섰다.

이렇듯 양 기관이 엇갈린 입장을 내놓으면서 일각에서는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을 두고 충돌해 온 검·경이 8차 사건을 놓고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경찰의 18일 취재진 설명회 내용에 대해 "다음 주 중 재심 의견을 법원에 낼 예정"이라며 "경찰 반박에 대해서는 재심 의견서로 말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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